雜記/이 생각 저 생각

옷 이야기

펜과잉크 2008. 3. 27. 17:21

 

 

개인적으로 밀리터리 복장을 좋아한다. 무척 편하다. 내 장편소설에서도 주인공 준호가 사철 갑옷처럼 입었던 옷이 야전잠바였다. 그는 M-65 필드자켓의 칼라를 세우고 청바지를 즐기던 청년이었다. 물빠진 야전잠바는 60-70년대의 어두웠던 시절을 회상하게 한다. 야전잠바 차림으로 어두운 골목을 바삐 걸어가는 장발의 모습은 한 시대의 표상처럼 떠오르기도 한다. 어디선가 그를 쫓는 군화발소리가 가까워올 것만 같은... 미래에 대한 불안과 나는 누구인가에 대한 정체성의 문제로 방황했던 시절... 몸은 가난했지만 마음은 아름다웠다.

 

나는 요즘도 야전잠바 차림을 즐긴다. 그런데 가끔 호기심을 넘어 비툴어진 시각으로 보는 이가 있다. 아주 기분 나쁜 녀석들이다. 남 입는 옷에 대하여 혹은 남 살아가는 방식에 대하여 무슨 말이 많은가? 내가 콧수염을 기르든 '거웃'을 땋든 도덕적이나 사회적으로 탈선하지 않으면 되는 것이다. 근무 중엔 당연히 이런 옷을 입을 수 없다. 쉬는 날 편히 걸치고 다닐 뿐이다. 옷이야 한복도 있고, 양복도 있는 법이지, 뭘 그렇게 못마땅한 표정으로 시비 걸듯 묻나? 나한테 옷 사줬냐? 부러워? 개떨이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