雜記/이 생각 저 생각

[스크랩] 키스에 관한 충고

펜과잉크 2008. 9. 16. 00:46

 

 

 

초저녁에 신기촌 근처 횡단보도에서 키스하는 남녀를 보았다. 이팔 청춘으로 보이는 남녀가 마주 안고 키스하는 장면이었다. 며칠 전에도 똑같은 장면을 보았다. 그때도 횡단보도였다. 삼십 중반의 남녀가 마주보고 키스하는데 남자는 도로쪽을 향하고 여자는 반대로 서서 남자의 가슴에 붙어 있다시피 한 자세였다. 그 여자는 영화의 장면처럼 한 손을 남자의 심장 부위에 대놓고 얼굴을 가만히 올려 상대 입술에 '쪼인'하는 것이었다. 내가 본 위 두 장면은 남자보다 여자가 더 적극적이었다. 그녀들은 다분히 사람들 눈을 의식하는 것 같았다. 우리 때처럼 수줍어 은밀히 이루어지던 것과는 차원이 다른 키스였다. 이것들은 무슨 영화배우나 되는 냥 키스도 남들이 보는 장소에서만 골라하는 것 같았다. 키스는 구강을 깨끗이 한 상태에서 시도해야 묽은 오이빛 향취를 맡을 수 있다. 남들 보는 횡단보도에서 그 짓을 왜 하는가.

 

 

문득 이런 생각이 난다. 휴대폰이 처음 나왔을 때 팔푼이들이 횡단보도를 건느면서 큰소리로 통화하던 모습 말이다. 부산에선 삼십대 남자가 통화하면서 걷다가 전봇대에 부딪혀 죽기까지 했다. 저 좋아 사는 세상이지만 아무 데에서나 표시좀 내지 말았으면 한다. 눈꼴 사납다. 둘만의 곳에서 위아래로 빨고 전진하든가...

 

 

 

 

 

 

출처 : 인천문인협회
글쓴이 : 류종호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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