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통 가을이다.
하루종일 단풍잎들을 보아서인지
내 마음도 온통 가을빛으로 물든 것 같구나.
한가한 틈에
소공원을 서성이며
10대 시절에 고뇌하고 번민했던 추억들을 되짚어 보았다.
그러면서
발 밑의 낙엽을 주워
옛날처럼 바삐 뭐라고 적어 보았다.
사랑도
시절 따라 가고
'황성의 跡'과 같이
청춘도 고요히 삶의 영(嶺) 너머로 숨더라.
* 원본 파일 입력
* 사무실 밖 소공원 벗나무 군락
* 낙엽 한 장을 업무용 차 안에 매달아 봤다.
'날 버리고 가신 님... * 너 다음에 보면 뒈졌어'
아, 생각이 난다.
사랑, 우정, 인생, 추억 같은 말들...
정녕 사랑을 꿈꾸었던 시절이 있었던 걸까?
생각하니...
후회롭다.
그땐 시인의 이름이 그렇게 소중할 수가 없었다.
시집 한 권 사 들고 서점을 나서면
세상을 얻은 듯이 몸도 마음도 나는 것만 같았다.
큐피트의 화살이라던가,
수없이 곱씹었던 '인내'라는 말...
대체 그 열매가 얼마나 달콤한 것이길래...
'순이 오빠 나쁜놈'
우리의 꿈을 망가뜨린...
낙엽을 모아놓고 보니 이런저런 상념들이 주마등처럼 스쳐갔다.
동네 이발소에서 머리 깎으며
눈으로 읽었던 액자 속 명시 한 수도 떠오르는 것이었다.
삶
푸쉬킨
생활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슬퍼하거나 노하지 말라
슬픔의 날을 참고 견디면
머지않아 기쁨의 날이 오리니
우리들 마음은 미래에 살고
현재는 언제나 슬픈 것
모든 것은 순간이다
그리고
지나간 모든 것은 그리워지느니라
벤치에 놓인 것들이 한없이 정겨워지는 것이었다.
한 시절,
내 심장을 붉게 물들이던 잎새들...
그래.
'날 버리고 가신 님... 행복하게 잘 살아라'
저만치
가로수 잎들도
일제히 가을을 재촉하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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