雜記/사진

가을, 소공원 산보(散步)

펜과잉크 2008. 11. 5. 23:19

 

 

 

 

 

 

 

 

 

온통 가을이다.

하루종일 단풍잎들을 보아서인지

내 마음도 온통 가을빛으로 물든 것 같구나.

 

한가한 틈에

소공원을 서성이며

10대 시절에 고뇌하고 번민했던 추억들을 되짚어 보았다.

 

그러면서

발 밑의 낙엽을 주워

옛날처럼 바삐 뭐라고 적어 보았다.

 

사랑도

시절 따라 가고

'황성의 跡'과  같이 

청춘도 고요히 삶의 영(嶺) 너머로 숨더라.

 

 

 

* 원본 파일 입력

 

 

 

 

 

 

 

 

 

* 사무실 밖 소공원 벗나무 군락

 

 

 

 

 

 

* 낙엽 한 장을 업무용 차 안에 매달아 봤다.

   '날 버리고 가신 님...   * 너 다음에 보면 뒈졌어'

 

 

 

 

 

아, 생각이 난다.

사랑, 우정, 인생, 추억 같은 말들...

정녕 사랑을 꿈꾸었던 시절이 있었던 걸까? 

생각하니... 

후회롭다.

 

 

 

 

 

그땐 시인의 이름이 그렇게 소중할 수가 없었다.

시집 한 권 사 들고 서점을 나서면

세상을 얻은 듯이 몸도 마음도 나는 것만 같았다. 

 

큐피트의 화살이라던가,

수없이 곱씹었던 '인내'라는 말...

대체 그 열매가 얼마나 달콤한 것이길래...

 

'순이 오빠 나쁜놈'

우리의 꿈을 망가뜨린...

 

 

 

 

 

 

 

낙엽을 모아놓고 보니 이런저런 상념들이 주마등처럼 스쳐갔다.

  

 

 

 

 

 

동네 이발소에서 머리 깎으며

눈으로 읽었던 액자 속 명시 한 수도 떠오르는 것이었다.

 

 

                     푸쉬킨

 

생활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슬퍼하거나 노하지 말라

슬픔의 날을 참고 견디면

머지않아 기쁨의 날이 오리니

우리들 마음은 미래에 살고

현재는 언제나 슬픈 것

모든 것은 순간이다

그리고

지나간 모든 것은 그리워지느니라 

 

 

 

 

 

 벤치에 놓인 것들이 한없이 정겨워지는 것이었다.

 한 시절,

 내 심장을 붉게 물들이던 잎새들...

 

 

 

 

 

그래.

'날 버리고 가신 님... 행복하게 잘 살아라'

 

 

 

 

 

 

 

저만치 

가로수 잎들도

일제히 가을을 재촉하는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