雜記/이 생각 저 생각

온실 속의 아이들

펜과잉크 2009. 4. 26. 19:39

 

 

 

 

어제,

안면도 워크숍을 마치고 올라온 아내는 곧장 인천공항으로 가서 귀국한 딸을 태우고 왔다.

오늘,

어머니를 부여 고향집에 모셔다 드리고 온 아내는 딸이 부평에 갈 일이 있다고 하자 곧장 태우고 다시 부평으로 향했다.

 

내가 볼 때 우리집 딸 J는 훗날 결혼해서 제대로 살지 의문이다. 그 아이는 '주부'로서 갖춰야 할 요소가 부족하다. 자격이 떨어진다. 현저히 떨어진다. 어디까지 내 평가에 그치지만 가족으로 함께 살아온 경험을 바탕으로 보면 뭔가 잘못된 게 분명하다. 그 아이는 우선 청소나 정리정돈을 모른다. 우리집 거실이나 주방의 흐트러진 것들은 대부분 그 아이 소행(?)이다. 주방에서 설거지하는 모습이라든가 세탁기에서 빨래를 꺼내 널어놓는 모습을 일 년에 두 세번 볼까말까하다.

 

항공사 국제선 스튜어디스인 딸은 3년 가량 근무하면서 리무진 버스로 집에 온 게 손가락으로 헤아릴 정도이다. 나머지는 아내가 차로 데려다주고 데려온다. 출근이 늦어도 빼놓지 않는다. 부득이한 경우 나한테 부탁한다. 대체 그게 무슨 경우인지 모르겠다. 몇 번 가시 돋친 어투로 지적해도 듣지 않는다. 아이들에 대해 헌신적인 건지 맹목적인 건지 감을 못잡겠다. 인천공항에서 인천 오는 리무진버스가 한 두 대인가? 10-30분 간격으로 끊임없이 배차되는 걸로 안다. 그렇다면 가까운 시내 정류장에 나가 데려오거나, 정 바쁘면 택시로 귀가하게하면 되는 것이다. 그런데 왜 꼭 직접 데려다주고 데려오는가? 딸은 제 엄마의 고생은 안중에도 없는 눈치이다. 

 

차를 타고 나가는 걸 보면 서울 유명 백화점 대표가 운전수 거느리고 출타하는 모습과 진배 없다. 신출나기 사장이 늙은 운전수에 의해 모셔져 나가는 것이다. 한심해서 입 밖으로 '또라이' 소리가 튀어 나올 지경임.

 

아내는 아이들에 대한 사랑이 지나치다. 과잉보호라고 해야 할까? 큰아들 중학교 때 500만원짜리 사양의 탁상용 컴퓨터를 사줬는데 당시 포부가 훗날 '컴퓨터박사'였다. 난 속으로 콧웃음을 지었고, 역시 컴퓨터와는 전혀 다른 쪽으로 전공을 택해 있다. D그룹 임원으로 있는 사람에게 부탁하여 싸게 구입했다고 하지만 그래도 3백만원이 넘었다. 이해를 못하겠다. 컴퓨터 박사가 되겠다던 아이는 밤마다 게임과 오락에 빠져 살았고 결과적으로 군을 전역한 몸으로 대학에 편입하여 스물여섯에 3학년 과정을 공부하고 있다. 

 

딸은 진작에 열거한 바와 같다. 슬리퍼를 걸치고 '타악타악' 소리를 내면서 거실을 걷는 게 왜 그리도 싫은지... 짜증난다. 좀 소리죽여 걸으면 안되나? 왜 그 모양이지?

 

말 나온 김에 하나 더! 우리집 아이들은 연중 목욕탕엘 가지 않는다. 집 욕실에서 해결한다. 샤워가 아니라 매일 목욕 형식의 물을 끼얹는 것이다. LNG 버튼을 '목욕'으로 누르고 욕실에 들어가 물 쏟는 소리만 20분가량 소요된다. 몸땡이 하나 닦는데 막대한 물을 소비하는 것이다. 당연히 관리비가 높게 청구된다. 그거 하나만 줄여도 절감효과를 톡톡히 누릴 수 있을텐데 말이다. 

 

훗날, 아이들은 가정생활을 하는데 있어 혼란에 빠질지도 모른다. 당사자 입장이 되어 봐야 안다. 막내는 어려서부터 내 스타일로 교육을 시켜 위와 같은 면에서 많이 다르다. 잠을 잘 땐 여전히 옷을 개어놓고 잔다. 유아원 시절부터 길들여져 왔다. 방 하나를 보더라도 다르다. 정돈되어 있다. 거실을 걸을 때도 11자(字)로 똑바로 걷는다. 역팔자(逆八字) 보행과는 다르다. 거실에서 소리내어 걷지 않는다. 용모가 단정하다. 샤워도 간단히 끝낸다. 음식을 먹을 때 소리내지 않는다. 식탁을 치운다. 곧잘 음식물 쓰레기나 재활용품들을 정리하여 내다버린다. 세탁물을 꺼내 널어놓는 일을 기피하지 않는다.

 

아내는 집에 왔을까? 지방 다녀와 피곤한 몸으로 딸의 외출을 위해 다시 부평으로 향한 그녀! 하루빨리 애새끼들이 시집이나 장가를 가서 집 밖으로 사라져 줬으면 좋겠다. 오늘 같은 상황이 반복될 때마다 짜증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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