雜記/이 생각 저 생각

자지 말고 보지

펜과잉크 2009. 4. 26. 22:22

 

 

 

정말이지 TV 연속극이 싫다. 연기라는 가공의 몸짓을 통해 현실과 동떨어진 소재들을 바탕으로 시청자들을 현혹시키는 수법에 신물이 난다. TV 드라마에 등장하는 집안의 배경은 매번 상류층이다. 그룹 회장이니 어쩌니 하면서 오만하기 짝이 없다. 회장이 어떻고, 이사가 어떻고……. 폼을 잡지 않으면 연기를 할 수 없나보다. 타고 다니는 차도 외제차가 즐비하다. 여배우들의 역할은 또 어떤가? 하루 한 번 소리(악다구니)를 치거나 눈물을 흘리지 않는 배역이 없다. 눈을 부릅뜨고 잡아먹을 듯 소리 지른다. 나와 아내는 종종 TV 리모컨을 놓고 실랑이를 벌인다.

 

유행가도 극단적인 성향이 대부분이다. ‘끝내줘요’ ‘죽여줘요’ 같은 노랫말이 있는가 하면(박현빈 『샤방샤방』), ‘총 맞은 것처럼’ 어쩌고 하는 노래(백지영 『총 맞은 것처럼』)도 있다. 흔한 말로 ‘대가리 총 맞았냐?’하는 데에서 착안한 걸로 보인다. 일종의 문화 말세적 현상이라 할만하다. 누가 TV 프로에 나와서 비슷한 말을 했다고 들었다. 라디오에서 『총 맞은 것처럼』을 듣고 충격을 받았다고 하자 아들이 일러줬다. 연기나 유행가는 사람들의 감성을 자극하기 위해 점점 극단적으로 치닫는다. 이러니 곧 ‘자지 말고 보지’ ‘보지 말고 자지’ 어쩌고 하는 노랫말이 생기지 말란 법이 없다. 심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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