雜記/이 생각 저 생각

예술가의 호(號)

펜과잉크 2009. 4. 27. 11:44

 

 

 

 

 

 

옛날, 랑승만 선생님 댁에 갔을 때입니다.

“선생님, 랑씨 성도 있나요?”

“얀먀, 쓸데없는 소리 말고…. 너 호(號) 있냐?”

 

저는 말씀드렸지요.

“그런 거 없는데요.”

“예술가는 호(號)가 있어야 돼. 내 호(號)가 서천(西泉)인 거 알지? 음…. 너 오늘부텀 동천으로 해라.”

“동천 말입니까?”

“그래, 임마! 동녘 동(東), 샘 천(泉)…. 아무한테 주는 호(號)가 아냐. 나보다 높은 자리를 함부로 주겠냐? 네게 줄 테니 훗날 나보다 몇 배 높은 명성을 떨쳐.”

“제가 어찌…. 너무 과합니다, 선생님.”

“얀마, 잔말 말고 동천(東泉)으로 해!”

그리하여 제 호(號)가 동천(東泉)이 됐습니다. 지금까지 쓴 적이 없습니다만….

 

훗날,

인천문협 회원 몇이 광주광역시 금호콘도 문학세미나에 참석하러 가는 도중 차안에서 김석렬 선생님과 덕담을 나누게 됐습니다.

무슨 대화 중

“제 호(號) 한천(寒泉)을 랑승만 선생님이 지어주셨습니다.”

하시는 것입니다.

순간, 제 뇌리에 전광석화(電光石火)처럼 떠오르는 게 있었습니다.

‘東泉, 西泉, 南泉, 北泉…, 寒泉, 溫泉, 石泉, 鑛泉….’

 

생각해보면 천(泉)은 여러 의미를 내포하고 있습니다. 끊임없이 솟는 물처럼 날마다 좋은 작품을 쓰라는 의미도 있을 것입니다. 동천(東泉)은 미래지향과 창조의 의미를, 서천(西泉)은 자비와 덕행의 의미를, 남천(南泉)은 관망과 선행의 의미를, 북천(北泉)은 윤회(輪廻, rotaion)의 의미를 담고 있겠지요. 그러니까 동천(東泉)부터 북천(北泉)까지 보면 그 안에 우주만물 삼라만상과 유상무상(有象無象)이 다 들어있는 것입니다. 속세를 기반으로 유념하게 되는 한천(寒天)이나 온천(溫泉), 석천(石泉), 광천(鑛泉)도 다 뜻이 통합니다. 우주만물 삼라만상과 유상무상(有象無象)의 원리가 담긴 ‘샘 천(泉)’입니다. 황천(黃泉), 청천(淸泉), 약천(藥泉), 성천(聖泉), 곡천(谷泉), 암천(巖泉)….

 

 

 

 

 

* 글 읽으며 감상하시라고 군대행진곡 파일을 올립니다. 『신아리랑』이란 곡입니다. 열병이나 행진시 연주곡으로 유명하지요. 감상하기가 쉽지 않은 곡입니다.

 

 

 

 

41행진곡-신아리랑.mp3

 

 

 

 

41행진곡-신아리랑.mp3
1.09M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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