雜記/이 생각 저 생각

패거리 심리

펜과잉크 2009. 5. 21. 15:47

 

 

 

 

 

헨리 데이비드 소로우는 인간은 인간 그 자체로 아름다울뿐, 인간대 인간이란 복수개념으로 돌입하면 마귀가 낀다고 지적하였다. 무슨 말이냐? 사람이 둘 이상 모이게 되면 아집과 투쟁, 증오, 질투, 시기에 눈 뜬다는 것이다. 둘만 있어도 상대를 견제하고 배척하려는 심리가 싹튼다는 식이다. 아버지 돌아가시고 고향집에서 형제지간 무슨 얘기를 할 때 아우들 입에서 사안과는 아무 관련 없는 '형수'에 대한 화두가 부상했을 때만 해도 의도를 알 수 없었으나 시간이 흐르면서 평소 일정한 패거리 사이에서 특정인에 대한 비판과 비하가 상존해왔음을 읽을 수 있었다.

 

지난 주말, 연수동 힘찬병원 어머니 병문안에 형제들이 다녀갔다. 병원에 다녀가면서 우리 집엔 들리지 않았다. 그들은 '큰형의 존재'를 거부하는 것 같다. 사람이 각기 다르니 그럴 수 있다고 이해하려 하지만 그런 식이라면 내게도 생각이 있다. 나는 성인군자가 아니므로 매양 덕(德)을 베풀 인격이 되지 못한다. 그러니까 '무조건 주는 사랑'과는 거리가 먼 사고의 소유자라는 거다. 상대의 태도에 따라 사람의 입장이 순화할 수 있고 배치될 수 있을 것이다.

 

시어머니 수술비에 보탤 돈은 없어도 주말 신세계 백화점 쇼핑 다닐 여유는 있다는 게 요즘 여편네들의 보편적 사고요 가치관이다. 병 문안은 하루뿐! 그따위 근성으로는 나와 절대로 융화할 수 없다. 어머니 수술로 일시 보관중인 예금통장을 우연히 펼쳤다가 지난 몇 년 간의 입출금 내역을 보고 느낀 점들이 참 많다.

 

한심한 건 계집들의 농간에 놀아나는 놈들이다. 소신이 흐린 탓이다. 여자가 무슨 말을 하면 분명한 소신으로 걸러 듣고 사리를 판별해야 함에도 함께 휩쓸려 패를 이룬다. 

 

사람이 실망스러워지니 애초 태어나고 자란 고향에 대한 애정마저 식어간다. 훗날 반드시 고향으로 돌아가 아름다운 언덕에 집을 짓고 노년을 보내려 하였으나 자꾸만 혼란스럽다. 때론 사람이 닿지 못하는 산중에 깃들어 은거하고픈 충동도 인다. 그리하여 최근들어 군대 생활했던 강원도 인제군 북면 일대 산천들이 그려지는 것이다. 조만간 바람 쐴 겸 다녀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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