雜記/이 생각 저 생각

하숙생

펜과잉크 2009. 5. 25. 01:38

 

 

 

 

 

어머니 무릎 수술이 잘되어 힘찬병원에서 퇴원하셨습니다. TV로 노무현 전 대통령 뉴스를 시청하시면서 참으로 안타까워 하시더군요. TV를 보시는 어머니 곁에 아내가 앉아 껌을 '짝짝' 소리내어 씹길래 뭐라 했습니다. 그랬더니 기분이 나빴나 봐요. 기분 나빠할 게 아닙니다. 어른 앞에서 무슨 껌을 그렇게 '짝짝' 소리내어 씹나요? 좋은 건 좋지만 잘못된 건 잘못된 것입니다. 어른 앞에서 껌을 '짝짝' 소리내어 씹는 건 있을 수 없다고 믿습니다.

 

아내나 제수씨들이나 겉으로는 어머니를 꽤 위하는 것처럼 말하지만 유심히 관찰하면 단지 '접대성 맨트'이고 격식만 갖출 뿐입니다. 진정 '시어머니'를 위하는 태도가 아니에요. 뭐 제 어머니를 지극 정성으로 모시라는 게 아닙니다. 편히 계시도록 조금만 배려해달라는 거지요. 그런데 실제 어머니와 있게 되면 어딘가 불편해하는 아내의 표정을 읽을 수 있습니다. 예의를 갖추고자 취하는 행동과는 다른 그 무엇 말입니다. 그럴 때 저는 곱지 않은 시선을 갖게 되지요.

 

여자들의 편중된 사고는 시동생들을 꽤 위하는 것처럼 떠들지만 막상 시동생이 집에 오면 끼니 식단마저 변변치 않습니다. 근데 처남들이 오면 음식의 질이 달라져요. 말로 뱉기 망설여지지만 속으로 더럽고 아니꼬운 단면입니다. 그래서 저는 흔한 말로 처가와 변소간은 멀수록 좋다고 생각하는 사람 중 일원입니다. 처가와 똥간이 가까우면 눈에 거슬리는 부분들이 띕니다. 내 아우들에게 따뜻한 음식 한 번 먹이지 못하면서 처남들이 몰려와 히히덕거리는 모습을 보면 상을 확 엎어버리고 싶은 충동에 사로잡히지요.  

 

아까 EBS-TV에서 신성일님 주연의 흑백영화 <하숙생>을 봤습니다. 거기서 신성일님과 여배우가 술집 들러 청주를 마시는 장면이 있더군요. 술을 주문하자 술집 주인이 잔에 청주를 따라 레인지에 데워 주는 것이었습니다. 저도 한때 청주를 달여 마시는 걸 즐겼는데요, 추운 날 식당에서 밥을 먹으며 따로 한 잔 주문하면 적당히 데워 줬습니다. 금방 몸이 훈훈해져요. 80년대 중후반, 종각 뒷골목엔 소주 한 잔을 200원에 파는 집도 있었지요. 안주 없이 소주만 달랑 팝니다. 그래도 그 술이 요긴할 때가 있었어요. 1천원 지폐가 아까웠으니까요.

 

이렇게 취해 되지도 않은 글을 써놓고 갑니다. <ONCES>의 테마곡이 흐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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