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배 타고 섬을 나오다가 몇이 갑판에서 술병을 땄다. 어쩌다 대인관계 얘기가 나왔는데 한 분이 문학하는 사람에겐 방만한 대인관계가 결코 좋을 게 없다는 의견을 내셨다. 같은 생각이다. 사람 많이 알아 좋을 게 없다. 사람을 알수록 신경써야 할 일도 많아진다. 복잡 다난하다. 결론은 자신과의 싸움인데 이런저런 사람과 뭘하자는 건지...
가령 산턱 귀틀집에 산다면 매일 거울을 보고 치장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가고 싶은데 가고 있고 싶은데 있으면 그만! 유행을 좇거나 탐닉하지 않고 자신만의 세계[言語]에서 정신을 달금질하면 된다. 살면서 귀찮은 것 중 하나가 사람에게 격식을 갖출 때이다. 만일 아내를 '스승님'이라 바꿔 인식하면 아내 근처에 갈 엄두조차 나지 않을 것이다. 버찌물감으로도 저토록 선명한 글을 쓸 수 있는데 왜 굳이 전철 타고 서울 가서 몇 만원짜리 잉크를 사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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