雜記/Pen 혹은 文學

환상의 기타 선율

펜과잉크 2009. 6. 25. 12:57

 

 

 

 

한동안 쉬고 있던 기타앙상블팀에서 콘트라베이스를 맡아달라는 주문이 왔다. 이미경 선생님이 '콘트라베이스는 술 마시며 칠 수있는 악기에요' 라고 하셔서 함께 웃었다. 심사숙고 끝에 연락드리기로 했다. 점점 사람 만나는 게 두려워 사소한 것조차 망설여진다. 버스에 오를 때마다 운전수에게 인사하고 길가는 노인을 부축해드리곤 했던 옛날의 나는 없다. 자신감이 쇠퇴해지는 마당에 역할을 잘해낼 수 있을까 두렵다. 가장 편한 방법은 모든 걸 끊고 혼자 사는 것이다. 어떤 정신적 결함에서 발원하는지도 모르지만...

 

얼마 전, 남구청 종합민원실 세무 담당 홍인숙 님이 이주용 장인 기타 300호를 130에 내놓았다. 케이스 포함된 가격이었다. 작년 연말 <너테소리> 출판기념회에서 연주하던 모습을 기억하기에 아쉬움이 컸다. 마침 세무 관련 상담할 게 있어 갔다가 기타 얘기를 꺼내니 무척 반가워한다. 그녀는 수봉공원 입구 세광음악학원 오창원 원장님의 오랜 제자이기도 하다. 학원 연습실 거울 하단의 흰 페인트 글씨 '홍인숙'은 20년도 넘었을 법하다.

 

기타는 입을 통해 연주하는 관악기와는 달리 손 끝에서 빚어지기 때문에 선율이 아주 섬세하다. 다만 복식호흡 연주에 익숙해온 터라 관악기를 통해 얻어지는 카타르시스적인 면이 덜하다는 느낌이다. 이를테면 입으로 뿜는 주법은 절정 마디에서 한 번쯤 몸을 뒤트는 용도 쓰는데 기타의 기법은 이와는 좀 다르다는 얘기다. 그래 혼자 연습하노라면 슬슬 졸음이 몰려오기도 한다.

 

인천문협 까페에 미아리쫑콩이란 회원이 계시다. 이 분도 기타를 하시는 걸로 안다. 닉네임에서 보듯이 미아리와 어떤 연고가 있지 않을까 추정되는 분이다. 영훈중학교에 친구가 있어 생각할 적마다 클로즙된다. 몇 년 전, 멧돼지가 출몰하여 소동이 빚어졌던... 

 

미아리쫑콩님이 꾸준히 인천문협 까페에 와 주시니 감사할 뿐이다. 사실 인천문협 까페에 오시는 분들 모두가 고맙다. 까페라는 게 뭔가? 사람 많이 드나들면 그걸로 족하다. 사이버에선 다른 말이 필요 없다. 이왕지사 나온 얘기이니 사족을 붙이자면 어느 까페든 류종호가 있는 한 망하지 않는다. 모 까페에선 동물원 원숭이로 비유해서 -혼자 재주 넘는- 콩타작한 분도 있지만 그 까페도 나를 제명하고 별 흥행(?)을 누리지 못하는 걸로 안다. 인터넷 게시판에선 사이코패스적인 기질도 필요하다. 역발상적 돌출행동 말이다. 

 

흥미로운 얘기 하나 더 하겠다. 인터넷 세상에서도 감투가 튼튼하고 볼 일이다. 이곳 역시 아첨배들이 득실거린다. 좋은 예로 운영자와 일반회원이 써놓는 글은 수준이 다르다. 대우가 다르다. 똑같이 사회상규에 위배된 문장을 게재했다고 가정하면, 운영자의 글엔 별 태클이 없는 반면 일반회원 게시물엔 온갖 떼거지들이 달라붙어 별지랄을 다한다. 한낱 평범한 남성 생식기 '자지' 표현을 놓고도 '아이들이 접속해서 보느니' 어쩌면서 태클을 건다. '자지' 라는 신체용어가 들어간 글을 읽는다고 아이들이 죽냐? 저도 주무르며 사는 판에...

 

사이버상의 문제는 사이버로 푸는 게 현명하다. 그걸 자꾸 오프라인으로 끌어내니 파장이 커지는 것이다. '저도 몰랐는데 O 시인이 전화해줘서 알았어요' 하면 신뢰성이 떨어지거니와 사뭇 불성실하고 무책임하게 들린다. O 시인이 하자면 할 셈인가? 죽으라면 죽을래?

 

생각하면 아름다운 시절은 모두 과거적이었다. 완행열차에 콩나물시루처럼 실려가서 텐트치고 기타 치던 밤도 과거적 얘기다. 양희은의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람>부터 배웠던가? 김상배의 <날이 갈수록> 혹은 버들피리의 <눈이 큰 아이>, 산이슬의 <이사 가던 날>도 기타치며 부른 곡들이다. 문득 지그시 눈 감고 기타 뜯는 훗날의 모습을 상상해본다. 그땐 <안나를 위한 샹송>이나 <남몰래 흐르는 눈물>도 잘 칠 수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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