雜記/이 생각 저 생각

나나무스꾸리에 관한 회상

펜과잉크 2009. 8. 23. 10:41

 

 

 

1983년 가을, 시골 출신의 군인이 첫 휴가를 나왔습니다. 강원도 인제군 북면 원통리 금강여객 터미널에서 서울 동마장행 버스를 타고 목적지에 도착하니 날이 저물었습니다. 휴가 신고가 오전 열시 조금 넘어 있었으니 출발이 늦어질 수 밖에 없었죠. 신림동 전우 집에서 하루 자고 이튿날 용산시외버스터미널에서 부여 가는 버스를 탔습니다.

 

고향집에 도착하니 어머니는 그 새 첫째 아우가 입대했다 하시더군요. 사랑채 웃목엔 아우가 자취방에서 가져온 몇 가지 짐들이 있었습니다. 저는 군에 간 아우를 그리워하며 짐을 풀어 보았습니다. 메모장, 필기구 따위들... 하지만 눈에 띠는 게 있었습니다. 몇 개의 음악 테이프 중 나나무스꾸리와 조르즈 무스타키, 그리고 레이너드 코헨 테이프가 눈에 들어왔죠. 마침 집에 테이프를 들을 수 있는 장치가 있었으므로 휴가 동안 내내 그들의 음악만 들었습니다. 그때 들었던 나나무스꾸리의 'The Rose'는 참으로 인상적이었습니다. 나마무스꾸리 음성 자체가 환상적이었죠. 마치 꿈결을 걷는 기분이었습니다.

 

위 세 사람의 음악은 지금도 좋아합니다. 세월이 흘러 제 나이 지명의 문턱에 있지만 음악 한 소절에 심금을 태우던 기억만은 또렷이 살아 있습니다. 영원히 기억하고 싶은 아름다운 시절입니다.

 

 

 

 

 

'雜記 > 이 생각 저 생각' 카테고리의 다른 글

플라타너스 그늘 아래   (0) 2009.09.20
단체 문자 메시지   (0) 2009.09.01
자동차 정비업소의 허와 실  (0) 2009.08.19
건배 문화   (0) 2009.08.17
특별한 휴가 보내기  (0) 2009.08.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