雜記/이 생각 저 생각

단체 문자 메시지

펜과잉크 2009. 9. 1. 23:03

 

 

 

 

세상에 죽었다 살아나는 게 두 가지 있는데 하나는 수컷의 자지요, 다른 하나는 검찰 인사란다. 자지야 말할 필요가 없고, 검찰 인사는 천성관 내정자의 탄핵으로 잔뜩 죽었다가 되살아난 때문에 그리 비유되고 있단다. 과거 송도호텔 문학포럼 강사로 나온 김영승 시인이 무인도의 두 사내 얘길 소개하면서 두 사람의 몸에서 더 이상 쓸모 없게 된 자지를 떼어 먹기로 하고 한 남자가 물건을 바위 위에 놓고 돌로 내리치려는 찰나 다른 남자가 '잠깐~'하며 말리더란다. 

'잠깐~'

이왕이면 키워서 잡아먹자고...

 

나는 고향이 천상 시골이라 중학교를 남녀 공학으로 다녔다. 중학교 동창들이 충청남도 수도 대전에 널리 퍼져 사는데 그들은 대개 공부를 잘해 소위 유학을 나가 그대로 정착한 몸들이다. 예쁜 애들은 하나도 없다. 시골뜨기 출신들이 예쁘면 얼마나 예쁘겠는가? 무녀리 소리 안 들으면 다행이지. 아무튼 그렇다. 그런데 지명에 가까워져선 무슨 주둥이들이 그리 가벼운지 방앗간 새떼도 두 손 들 지경이다. 그래 요즘만큼 남녀 공학 중학교를 다닌 게 후회스러울 때가 없었다. 차라리 초등학교만 나오고 서울 간판집 같은 데 '시다바리'나 됐을 걸 그랬다. 두 번 다시 그 년들과 마주칠까 상상만으로 오싹하다. 끔찍하다. 중학교 동창회는 귀타귀가 쫓아와도 안 가겠다. 마귀 년들 같으니라고...

 

공감할지 모르지만 디지털시대에 살다보니 눈치도 업그레이드되는 것 같다. 개인적으로 받지 않았으면 하는 게 문자메시지이다. 단순히 '문자메시지'라 하면 이해가 더딜 것으므로 명확히 하자면 '단체문제메시지'이다. 이거 스펨이나 다름 없다. 나도 뭐라고 가끔 받는데 확인하자마자 단체용인지 개인용인지 대번에 알 수 있다. 아까 말한 대전에서도 날아온다. 전문 용어로 쓸까? 전송되어 온다.

 

단체문자메시지는 첫째로 호칭이 붙지 않는다. 둘째로 메시지로 정해지는 문장이나 어휘가 매우 포괄적이다.

'어느덧 가을이네요. 진한 커피가 생각나요. 잘 지내시죠?'

 

놀고 있네! 너는 대체 그런 식으로 몇 명의 동창생에게 문자를 보내는 거냐? 그래 또 속아주마. 실컷 속아줄게. 그리하여 다음과 같이 메시지를 보낸다.

'응, 향숙아. 너도 잘 지내지? 보고 싶다. 언제 보자. 잘 지내.'

그러고 끝이다. 더 이상 그녀의 답신은 오지 않는다. 그녀는 한꺼번에 다수로 전송되는 단체문자메시지를 보내 회신으로 온 메시지 중에 자신이 기다리던 한 두 명의 상대와 지속적인 교감을 추구할 뿐이다. 우리 같은 사람은 여벌인 것이다.

 

미친... 꼭 그런 식으로 두시럭을 떨어야 하나? 처음부터 특정인을 노려 문자를 전송하면 누가 잡아먹냐 말이다.

'현범씨, 갈수록 생각나요. 잘 지내죠?'

뭐 그런 식으로 말이다.

 

앞으로는 단체문자메시지에 답신을 보내는 일도 없을 것이다. 답신을 보내면서도 나 자신이 우습다. 이런 걸 왜 해야 하는지 생각하면 말이다. 자고 나면 또 다른 최첨단 디지틸 세상인데 인간의 두뇌만 아나로그이니... 딱하다. 디지털 두뇌는 부질없는 로망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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