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이번에 고등학교를 졸업하는 막내아들 지석이가 친구들과 여행을 떠난다기에 차를 빌려줬다. 그랬더니 제 아비의 고향이자 할머니 계신 부여 시골집에 내려간 것이었다. 밤에 내려가 이튿날 일어나자마자 청양 선산 할아버지 산소부터 들렀단다. 고향집에서 수 십 킬로를 가야하는 선산에 들렀다는 자체가 대견스러웠다. 살아 생전 손자들을 무척 좋아하셨던 아버지가 하늘에서 굽어보시며 흐뭇해 하셨으리라. 아버지는 춥지 않으실까? 한없이 인자하셨던 내 아버지...
지석이는 어머니께도 10만원을 봉투에 넣어 드렸다고... 며칠동안 김장훈 싸이 공연장에서 경호 아르바이트로 번 돈의 일부로 추정된다. 생전 처음 번 돈을 쪼개어 할머니 용돈으로 드렸다니 어려서부터 교육시킨 보람이 있다. 나중에 어머니랑 통화하니 어린 손자로부터 받은 돈을 쓸 수가 없어 마침 이웃마을 예배당 목사님 부부께서 방문 예배를 오신다기에 5만원을 봉투에 넣어 드렸다 하신다. 손자 잘 되라는 뜻으로... 나도 조만간 고향에 내려가면 목사님을 뵈려고 생각 중이다. 홀로 계신 어머니를 돌봐주시니 얼마나 감사한지 모르겠다. 내 젊은 시절, 곁눈질로 비웃으며 지나쳤던 조그만 시골 예배당이 오늘날 내 어머니의 든든한 버팀목이 될 줄 어찌 알았을까? 아버지 돌아가신 후부터 어머니 침대 머리맡엔 목사님이 주신 성경책이 놓여 있다. 어머니는 아버지께서 편찮으실 때 목사님이 방문하여 기도해주신 걸 잊지 못하시는 것 같다. 끝내 아버지는 일어나시지 못했지만 목사님과 여러분의 기도로 편안히 운명하셨다고... 아버지 생각만 하면 눈물이 나온다. 지금도 고향집에 계실 것 같은데... 이 추운 겨울에도 오토바이 붕붕 타시고 은산 사거리 다방이며 회곡리 강호 아저씨댁에 마실 다니셨던 아버지...
아들이 시골 갈 때 가지고 간 카메라 사진을 정리하면서 몇 컷을 살짝 옮겨왔다. 친구들과 함께 찍은 사진에서 내 어린 날의 추억들이 클로즙된다. 인생에서 가장 화려한 시기가 지금이다.
부여읍 궁남지 근처에 있는 백제오천결사대출정상이다. 백제의 문화를 아끼는 사람들에겐 눈쌀 찌푸리는 행동이다. 저길 올라가면 안되는데 아이들이 잠시 뭘 망각한 것 같다. 아무 것도 모르는 것도 같고...
궁남지(宮南池)에서 찍은 사진으로 보인다. 내 나이 약관시절, 대전에서 학교 다니던 그녀를 만나 연못 길을 걸으며 얘기 나누던 기억이 새롭다. 맨 앞의 흰 상의가 내 아들 지석이다.
아랫도리 바지를 어디에 벗어놓고 저러고 있을까? 가끔 생각하는 거지만 지석이는 아우 수일이 인상을 닮았다. 성격도 비슷하다. 일단 골격이 단단하다. 어려서 태권도학원에 보내 일찍부터 3단을 취득했다. 도원동 실내체육관에서 승단 심사 볼 때 발차기 한 방으로 상대 학생을 쓰러뜨리던 장면이 생각난다. 다른 체육관 소속 학생과의 정식대련이었다. 아들의 또 다른 면은 덩치에 비해 돈 쓰는 데에 인색하다는 점이다. 철저히 따지고 계산한다. 내가 저만했던 시절과는 상반되는 부분이기도 하다. 부동산 재테크에 관심을 갖고 끊임없이 전문서적을 탐독하는 현상이 희한하게 받아들여진다. 송도 신도시와 청라지구, 영종 하늘지구 같은 신축 아파트 분양가와 대출금리 등에 관해 거의 전문가 수준이다. 고정금리가 어떻고, 변동금리가 어떻고... 지구별 시세 전망과 거래가 진단 등... 진작부터 용돈을 쪼개어 청약적금을 붓는 걸로 안다.
아들의 방에 들어가 책상에 있는 책만 대충 펼쳐 찍었다. 부동산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게 고등학교 2학년 초기로 기억된다. 단순히 관심이려니 했는데 그게 아니다.
옷에 지나칠 정도로 신경 쓰는 점과 위생관념이 철저한 점은 어쩔 수 없는 피의 흐름인 것 같다. 우리 형제들이 모두 시골에서 났지만 손톱에 때 낀 적이 한 번도 없는 환경에서 자랐다. 더러 들일을 하고 와서도 수돗가에서 -우리 고향은 1971년부터 온 집이 상수도 혜택을 받았다. 1972년 새마을운동 최우수 마을로 대통령상을 수상했다. 지금은 그 때보다 못한 환경이다. 길가에 일정한 간격으로 서있던 희귀종 때때기 가시나무 가로수가 남김없이 사라진 것부터 다르다- 싹싹 닦고 씻어야 직성이 풀렸으니...
하하... 녀석들...
어쭈구리?
운전석에 앉은 아이가 막내아들이다. 조수석에 앉은 아이는 친구 박정훈이다. 둘 다 고등학교 3학년 때인 작년에 1종 보통면허를 취득했다. 면허를 따자마자 자동차 키이 하나를 복사해주고 아무 때나 운전하라고 했다. 아들이 저 차를 가지고 움직인 거리만 수 천 킬로를 넘을 것이다. 1만킬로를 넘을지도... 더러 어린 아이에게 자동차를 운전하게 한다고 지적하는 사람이 있지만 그건 그 사람의 시각일 뿐이고 내 가치관은 좀 다르다.
아들이 중학교 2학년 재학중일 때부터 고등학교 1학년 때까지 내리 3년동안 겨울방학 1개월을 시골 글방에 내려보내 한학을 배우도록 한 적이 있다. 거기서 <천자문>과 <명심보감>을 떼었다. 남자는 교과서 실력도 중요하지만 인간 본성이 바로되어야 하는 것이다. 어른을 공경할 줄 알고 가족간의 사랑과 친구간의 우정을 지킬 줄 아는 자가 사회 생활도 잘한다. 조수석에 앉은 정훈이도 3년 내리 글방에 동참했었다. 정훈이보다 정훈이 부모님께 고맙다. 아직까지 한 번도 뵌 적 없는 분들이다. 정훈이 어머니만 잠시 한 번 노상에서 인사를 나눴을 뿐...
아들아, 네 하고 싶은대로 하라! 다만 정도의 선을 넘으면 안된다는 걸 알지? 그뿐, 다른 말은 없다.
읍내 어디 주차장 같은데 기억나지 않는다.
아이들이 삼겹살을 사다가 고향집 뜰에서 구워먹는 장면이다. 나도 고향집 가면 읍내서 숯을 사다가 화로에 피워놓고 저렇게 삼겹살을 구워먹곤 한다. 아우들이랑 소줏잔을 나누면서...
어머니가 손자 일행에게 고구마를 쪄주신 것 같다. 한 끼 식사로 부족함이 없던 고구마...
부소산성 입구에 있는 표지석이다. 표지석 뒤로 난 산길이 그토록 아름다울 수 없다.
부소산성 망루 앞...
능산리 고분군(古墳群)... 아직도 저기서 많은 유적이 발굴되는 걸로 안다. 현재도 발굴작업 중...
봉분에도 올라가면 안되는 것이다. 언제 아들에게 교육을 시켜야겠다.
어딜까? 읍내 극장 객석 같기도 하다. 백제사적관 동영상 관람실인 것도 같고...
백제사적관 내 마네킹이랑 아궁이에 불 지피는 상황을 저런 식으로 연출했다. 아이들의 발상이 기발하구나.
돈 주고 물건 사는 장면을 연출한 듯...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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