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집 사랑채엔
노총각 아우가 음악을 틀어놓고 책을 본다 합니다.
마흔을 훌쩍 넘어도 장가 갈 생각을 않는...
산골이라
휴대전화가 이어졌다 끊어졌다
다시 들리다가 종내 깜깜 무소식입니다.
'아우야, 그래도 고향에 있어 행복하겠구나.'
말을 하려다 대화가 끊겼습니다.
고향집 사랑간에서
고요로운 새벽을 보낼 아우는 진정 행복할 것입니다.
며칠 전,
고향집에서 '마지막 쌀'이 왔습니다.
'마지막 쌀'은 아버지가 지어주신 마지막 곡식입니다.
2008년 가을 추수와
서리철 밤(栗) 수확까지 끝내신 다음 병원으로 가셔서 끝내 못 일어나셨지요.
아버지가 지으신 곡식의 일부는 추곡 수매장으로 실려가고
일부가 광속에 쌓여 일년을 꼬박 버티며 자식들의 식량으로 제공됐습니다.
며칠 전 가져온 쌀이 아버지 정성이 배인 마지막 곡식입니다.
더 이상 고향집 광엔 볏가마가 쌓이지 않을 것입니다.
위탁영농을 맡겼으니
설령 우리 논에서 쌀이 나온다 한들 제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요?
그 해,
모내기에 내려가 도와 드린 기억이 나네요.
봄꽃 화사한 산기슭 논둑에서
어머니가 끓여주신 삼계탕을 새참으로 먹던 기억이 생생합니다.
아버지,
이번 설에 저는 가지 못합니다.
비상근무입니다.
맏이 도리를 못해 죄송합니다.
눈물이 볼을 타고 흐르는데...
용서해주시는 거지요?
저토록 눈발 날리면
쇠밭 산중턱이 춥지 않으신지...
연휴 지나 가벼운 마음으로 뵙고 큰절 올리겠습니다.
아버지,
그립습니다.
슬픈 눈
민희라
유리창에 흘러내리는
하염없는 빗방울들은
안녕하며 울어버린
너의 슬픈 눈
왠일이냐 묻는 나에게
안녕이라 소리치면서
뿌리치고 달아나듯
너의 맘 난 몰라
끝이었어 그 날 그 밤이
마지막이었어
끝이었어 그 날 그 밤이
마지막이었어
유리창에 흘러내리는
하염없는 빗방울들은
안녕하며 울어버린
너의 슬픈 눈
끝이었어 그 날 그 밤이
마지막이었어
끝이었어 그 날 그 밤이
마지막이었어
유리창에 흘러내리는
하염없는 빗방울들은
안녕하며 울어버린
너의 슬픈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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