雜記/이 생각 저 생각

머피의 법칙

펜과잉크 2010. 2. 18. 01:44

 

 

 

버스를 기다리다 오지 않아 택시를 탔더니 금방 버스가 오더라. 하나의 예를 들었지만 이런 걸 우리는 머피의 법칙이라 한다. 어제 오전 일찍 수봉도서관 화장실에 들어가 똥을 싸는데 청소부 아주머니가 봉걸레를 들고 들어와 웬 잔소리가 그리 많던지... 월급 받고 일하면서 불평 불만이 더럽게 많은 것이었다. 청중은 오직 나 혼자뿐... 변기에 앉아 아무 소리도 못하고 바짝 긴장한 상태가 되니 똥이 나오지 않는 것이었다. 그런 상황에도 아무렇지 않게 일 보는 사람이 있을지 모르나 나는 정말 곤혹스럽다. 괄약근이 오그라들어 팽창할 줄을 모른다. 아니 여자에게 남자 화장실 청소를 시키는 이유를 알 수가 없다. 조용히 치우고 나가면 말을 안한다. 일 할 거 다 하면서 군시렁대는 것이다. 그 시간에 화장실에 앉은 내가 도서관 중책이라도 되는 줄 아나보다. 본봉 5% 인상을 염두에 둔 일종의 메시지인지도 모르겠다.

'에이, 구멍이 옆으로 달렸나? 이게 뭐여? 휴지는 왜 똑바로 못 버리고 바닥에 버리나.'

불평이 꼬리를 문다.

'꽁초를 왜 바닥에 끄고 그러나? 집에서도 이럴까?'

'문이 안 닫히네. 속 상해 죽겠네.'

'이건 또 뭐여? 껌이여, 똥이여?'

군시렁대기 바쁘다. 드디어 아주머니 봉걸레가 옆 칸 바닥을 문지르기 시작한다. 칸막이 아래 부분의 틈으로 걸레가 왔다갔다하는 게 보인다. 신경질적이다. 나는 좀 열 받은 상태로 아주머니 앞에 대범한 입장이 된다. 말로는 못하고 헛기침만 내지르는 것이다.

'험, 험...'

그렇게!

 

예전에 합숙교육을 가서 보면 식당 아주머니들 태도가 오만하기 그지 없었다. 밥을 퍼주면서도 신경질적이다. 국자로 국물을 끼얹듯이 준다. 식기 밖으로 튀기까지 한다. 그 년들은 식당에서 일하면서 볼투가리가 진짜 투가리만큼 나왔다. 대체 왜 그러는지 모르겠다. 월급 받고 일하면서 무지게 자존심 상해한다. 그럼 누가 그런 데 와서 일하랬나? 이왕 일하기로 했으면 성의있는 자세로 임하는 게 당연하다. 그런데 그렇지 못한 것이다. 남편한테 얻어맞고 나왔는지 굳은 표정으로 주걱질도 툭툭, 국자질도 툭툭...

 

교육을 수료하기 전 피교육생들이 작성하는 설문조사에서 이 문제가 끊임없이 대두됐다. 식당 아주머니들의 불친절 말이다. 드디어 학교장이 바뀌고 일대 개혁이 일었다. 식당 직영 체제를 외부 위탁으로 돌린 것이다. 식당 여자들도 모두 외부 업체 종업원이 되었다. 그 직후 여자들의 태도가 확 바뀌었다. 업체 스스로 서비스 질의 향상을 위해 고군분투해야 할 입장이었다. 왜냐하면 2년마다 경쟁업체와 대결해야 했으니 말이다. 업체는 불친절한 관행부터 쇄신해야만 했다. 그래 인원 감축을 이유로 평이 안좋은 여자들 몇을 해고시켰다. 그 후 식당에서 오만 떠는 사례는 더 이상 일어나지 않았다. 밥을 퍼주면서도 상냥한 표정으로 '많이 드세요' 소리를 하기까지...

 

스펜서 존슨의 <누가 내 치즈를 옮겼을까>에서 변화는 늘 있기 마련인데 혼자만 독불장군이다. 치즈가 바닥난 창고의 벽을 뒤지고 캐보지만 더 이상 치즈는 나오지 않는다. 하지만 냄새를 잘 맡는 스니프와 잘 뛰는 스커리는 곧장 다른 창고의 치즈를 찾아 떠난다.

 

이왕 하는 일, 긍정적인 마인드로 임할 수는 없을까? 수봉도서관 아주머니한테도 일러주고 싶다. 화장실 바닥을 청소하는 입장이라면 즐겁게 걸레질을 하라. 중노동도 아니고, 상응한 월급 받아가며 하는 일을 그리도 투덜댈 게 뭐람. 아예 다른 사람에게 양보하고 집에 가서 따뜻한 구들에 등이나 지지고 있던지... 남 똥도 못 누게!

 

 

 

 

 

'雜記 > 이 생각 저 생각' 카테고리의 다른 글

휴대폰 예절  (0) 2010.02.23
남자의 장식품  (0) 2010.02.19
남진과 나훈아  (0) 2010.02.14
타는 그리움   (0) 2010.02.13
아들의 부여 여행   (0) 2010.02.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