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오후,
관내 노인정에 다녀올 일이 있어 막 출발하려던 참이었습니다. 지방청에서 두 분이 순시를 오셨더군요. 운전석에서 하차하여 깎듯이 인사 드렸습니다. 계장님이 손을 내밀며 반가워 하시더라구요. 악수를 받고나니 기분이 좋았습니다. 그 분의 계급보다 인간성이 돋보여서 말입니다. 그래 노인정 일을 마치고 급히 사무실로 들어오기로 했습니다. 노인정엔 홍보물만 갖다드리면 끝나는 일이었습니다.
용무를 보고 편의점에 들렀습니다. 두 분께 뭐라도 사 드리고 싶어서요. 고급 맥심 신상품인 스위트 아메리카노 캔커피 두 개를 골랐습니다. 4,200원... 그 커피는 부르는 게 값이더군요. 동네슈퍼에선 개당 1,700원 받는 곳이 있습니다. 주안역전 편의점에선 2,200원씩 받지요. 아무튼 두 개를 봉지에 담아 급히 사무실로 차를 몰았습니다. 15분도 채 걸리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그 새 감독관 두 분은 떠나고 없었습니다. 저는 생각에 잠겼습니다. 그리고 A4 용지를 꺼내 속필로 글을 적었습니다. 더위에 고생 많다고요. 시원한 캔커피를 사 가지고 오니 떠나고 안 계시더라고 말입니다. 허전한 마음으로 고민한 끝에 캔커피를 부쳐드리기로 했다 썼습니다. 아울러 지도관님의 건강과 댁내 평안을 기원한다는 인사도 빼놓지 않았습니다. 다시 우체국으로 차를 몰았어요. 창구에서 규격 박스를 구입해 커피를 포장했습니다. 포장할 것도 없는 캔커피이지만 말입니다. 속필 서간문 동봉하는 것도 잊지 않았습니다. 등기 우송료 3,500원...
날이 새면 제가 보낸 캔커피 소포가 지도관님께 전달될 것입니다. 지도관님은 커피와 편지를 꺼내보시며 무슨 생각을 하실까요? 비록 하찮은 거지만 더위속을 다니시는 두 분께 꼭 드리고 싶었습니다. 참고로 서간문 말미와 소포 어디에도 제 이름을 기재하지 않았습니다. 발신자 주소란에 'OOOOO 직원 드림'이라고만 썼어요. 이름을 알아도 어쩔 수 없지만 달리 드러내고 싶지 않습니다. 지도관 두 분이 스위트 아메리카노 커피를 마시면서 잠시라도 달콤한 명상의 시간을 누리시길 바라는 마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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