雜記/이 생각 저 생각

우면산 생태공원 저수지의 경고

펜과잉크 2011. 7. 29. 13:24

 

 

 

 

 

 

 

 

배 고파 냉장고에 숨겨둔 완두빵을 꺼내 먹자니 느닷없이 빗발이 몰립니다. 영화 스크린 속에서 달려오는 천군만마 발굽소리가 연상됩니다. '밤비'라기보다는 '빵비'가 낫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런 말은 없겠지만... 빵을 단숨에 씹어넘기고 복분자 한 잔을 들이킵니다.

 

우면산 산사태를 보니 예견된 인재더군요. 아파트 주민이 찍었다는 동영상을 보며 '무슨 저런 산사태가 있나?' 싶었는데 알고보니 산중턱의 저수지가 터지면서 토사로 내리꽂은 결과이더군요. 급한 경사에 산책로를 내고 중턱에 떠억 인공 저수지를 만들었답니다. 국지성 폭우에 저수지가 담수능력을 상실하고 붕괴되면서 엄청난 토사로 마을을 휩쓴 거죠. 산사태의 무서움을 알았다면 산중턱에 저수지를 만드는 비정상적인 행정은 없었으리라 믿습니다. 하긴 허가 안 내준다고 구청 민원실에서 떼 쓰고, 일 터지면 인재라며 구청 탓이나 하는 민족성이 문제입니다. 춘천 팬션 산사태 역시 보는 마음을 슬프게 하더군요. 가파른 경사의 산 밑에 건축허가를 내주는 지자체의 행정부재에도 책임을 물어야 마땅합니다.

 

 

일명 '우면산 생태공원 저수지'.  사진의 산책로와 닿은 둑이 터짐.

 

 

 

 

산책로 아래 계단... 붕괴된 저수지 둑이 서울시의 탁상행정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습니다. 암반층에다 흙으로 대충 둑을 쌓아놓았던 것입니다. 큰 비가 오면서 거대한 수압을 견디지 못하고 둑이 붕괴되면서 한순간에 아수라장으로 변했으리라 봅니다. 하찮은 시골 저수지둑을 쌓을 때에도 철저한 공법에 의해 이루어지는데 우면산 생태공원 저수지둑의 붕괴된 사진을 보니 공법은 나발이고, 굴삭기로 인근의 흙을 대충 끌어다 모은 것에 불과하네요. 일제시대에 축조된 지방의 담수호나 저수지가 오랜세월 붕괴되지 않는 이유는 철저한 공법에 의했기 때문입니다. 점토 방식이니 화강토 방식이니하는 얘기가 있는데 토목분야에 문외한이라 더 이상의 설명은 피합니다. 아무튼 사진은 어설프기 짝이 없습니다.

 

 

붕괴된 우면산 생태공원 저수지둑.

 

 

 

 

나홀로캠핑을 즐기는 -꿈꾸는- 사람으로 보자면 안전불감증이 치유불능 상태로 악화된 사람들이 흔한 것 같아요. 대개 캠핑장은 산속이나 개울가에 있잖습니까? 산에 텐트 치고 한가롭게 누워 있다가 날벼락을 맞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요. 숙영지를 구축하려면 주변 산세같은 지형지물을 유심히 살필 필요가 있습니다. 저는 뒷산이 가파른 민박이나 언덕에선 절대 숙영하지 않습니다. 놀러 갔다가 죽어 올 필요가 없으니까요. 산사태를 경험하지 않은 사람은 산사태의 무서움을 알지 못합니다. 산사태는 흔히 지반이 튼튼하지 못한 곳, 다시 말해 암반층이 발달된 지형에서 발생활 확률이 높습니다. 빗물이 토질과 암반 사이로 흐르면서 부유현상을 일으키거든요. 그럼 지반은 자연적으로 암반을 미끄럼 타며 아래로 뚝 떨어져 내리꽂는 것입니다. 우면산 사람들은 돈만 알고 상식은 몰랐던가 봅니다. 산꼭대기쯤에 저수지를 만들다니 말입니다.

 

연암 박지원은 <열하일기>에서 밥알이 벌떼처럼 튀어나온다고 했다죠? 저는 술에 취해 긴 억장으로 휘청대는 심정입니다. 자야겠어요.

 

 

 

* 간밤의 글을 지금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