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중에 기간제 교사를 관리하는 교육청 직원이 있다. 엄격히 말해 친구는 아니고 한때 각별한 지인이었다. 나이가 나보다 한 살 어리지만 여성의 잇점(?)으로 일찍 교육계에 임용되어 그쪽 경력이 꽤 된다. 근래 어떻게 내 휴대폰 번호를 알았는지 단체 문자를 보내준다. 한 번은 만년필에 관한 웹사이트 글을 읽다가 궁금한 게 있어 전화를 걸었다. 그러자 그녀가 전화를 받자마자 '이따가 내가 전화할게'하곤 끊는 것이었다. 아차 싶었다. 그리곤 전화가 오면 물으리라 마음먹었다. 하지만 오지 않았다.
며칠 후, 다시 생각이 나서 물을 심산으로 전화를 걸었다. 이번에도 그녀의 대답이 간략했다.
"이따가 내가 전화할게."
"응~"
물론 그날도 전화가 없었다.
다시 며칠이 흘러 또 그 생각에 전화를 하니 일행과 재미난 대화중이었는지 웃음이 채 끊기지 않은 투로 '이따가 내가 전화할게'하곤 맺었다.
"이따가 내가 전화할게."
역시 결과는 마찬가지였다.
문제는 사람의 마음이었다. '이따가 전화할게'해놓고 약속을 어길 때마다 그녀에 대한 나의 신용도 급격히 추락해갔다. 처음엔 그러려니하다가 두 번째부터는 10%, 20%, 30%씩 감해져나갔다. 현재 그녀에 대한 신용도는 처음 대비 10% 정도에 지나지 않는다. 그래 지금은 좀 개떡같은 문자를 안 보냈으면 좋겠다. 만날 여기저기서 퍼나르는 소스들...
'이따가 내가 전화할게.'
어딘가 무성의하고 무책임하게 들리는 그 말... 궁금한 부분도 ebay 셀러와 메일로 모두 풀었다. 그러니 하늘이시여, 그 여자 문자가 틱틱거리지 않게 해주소서!
"나 지금 한가한 시간이야."
"어? 손님 왔네!"
이러면서 남의 사정은 안중에 없이 채팅을 걸었다가 풀었다가 요술할멈 심사처럼 하는 사람도 생각을 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자신의 한가한 '농땡이 시간'이 상대에겐 금쪽보다 소중하고 다급한 시간일지도 모른다는 걸 왜 생각하지 않는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