雜記/이 생각 저 생각

오늘도 미품상회는 평화롭다

펜과잉크 2014. 2. 25. 18:54

 

 

 

 

 

 

오후에 다시 미품상회에 들렀습니다.

마침 손님이 계시더군요.

어쨌거나 미품상회 영업이 잘되면 저도 기분 좋습니다.

제게 어떤 커미션이 따르는 건 아니지만

열심히 사시는 사장님이 노력한 만큼 댓가를 보상받는 게 보기 좋으니까요. 

 

 

 

 

 

 

 

 

 

 

 

 

사장님이 모포에 텍을 붙여놓았습니다.

왼쪽은 신품이고요.

오른쪽은 '고수톱용'이랍니다.

화투에 정통하신 분들의 참조를 바랍니다.

본래 화투장은 바닥에 탁탁 붙어야 노는 맛이 나는데

군용 모포가 제격입니다.

모포의 글씨가 '고수돔'이라구요?

길게 알려하지 맙시다. 

 

 

 

 

 

 

담벼락에 세워놓은 농구들을 찍었습니다.

미군 철모 내피로 만든 똥바가지도 보이네요.

저것으로 둠벙의 물을 퍼서 마른 논에 뿌리기도 했고,

대개는 *뒷독의 내용물을 퍼올리는 데에 썼습니다.

이왕에 똥지게를 짊어지는 요령을 말씀드리면

똥지게는 무엇보다 양쪽 수화물의 균형을 맞추는 게 중요합니다.

잘못하면 똥물이 튀어 신발이나 바지가 오염될 우려가 있으니까요.

짚을 또아리 말아 똥통에 띄우는 것도 똥물이 튀는 걸 막을 수 있습니다.

아무튼 똥바가지로 똥을 떠올려 담고

그것을 짊어지고 멀리 밭고랑까지 무사히 운반하는 일이

보통 힘든 게 아니었습니다.

조심을 기한다 해도

일을 마치고 나면 몸에서 어김없이 구린내가 났으니까요.

이상 똥바가지에 관한 일설이었습니다.

 

 

* 뒷독 : 뒷간 똥독의 준말

 

 

 

 

 

 

산으로 들로 사륜차를 몰고 오프로드 다니기 좋은 마니아들에게 요긴한 물건들입니다.

콘솔박스라고 하나요?

이런저런 짐을 담아 운반하기에 용이하도록 설계되어 있습니다.

곶감을 저장할 때 써도 되겠네요.

쥐가 갉아낼 정도로 허술한 재질이 아니니 말입니다.

쥐가 갉아내기 전에 설치류의 어금니가 먼저 닳아 빠질 것입니다.

단단해요!

 

 

 

 

 

지프용 기름통도 있습니다.

1971년 고향에 큰 비가 내려 수해 원조물자가 왔을 때

저걸 서로 차지하려고 육박전을 벌이던 동네 어른들 생각이 나네요.

면사무소 잠바뙈기 면서기가

절구통을 엎어놓고 그 위에 올라가

원조물자로 나온 삼양라면 끓이는 법을 가르쳐주던 기억도 납니다.

저는 라면을 끓여먹는 것보다

날로 대충 씹어먹어도 맛있더군요.

지금은 그렇게 못합니다만...

껌을 하루종일 씹다가 달력에 붙여놓고 자고 일어나면

그마저 밤새 도둑맞고 없던 시절이었습니다.

 

 

 

 

 

 

다음은 해머, 도끼들을 보시겠습니다.

저 해머로 평생 논둑에 말뚝을 박고

저 도끼로 평생 장작을 패고 살아도

우리가 숨을 거두기 전엔 무뎌지지 않을 겁니다.

금속 강도가 대단해 보이더군요.

의심스런 분은 직접 가서 해머로 말뚝을 박아보시고

도끼로 장작을 두 개만 패보시면 몸소 체득하게 될 것으로 사료됩니다.

 

 

 

 

 

 

사장님이

저를 위해 한 잔의 커피를 준비하고 계십니다.

오늘은 손님 것까지 두 잔의 커피를 준비하시더군요.

지금 사진에서 커피포트의 물이 끓고 있습니다.

 

 

 

 

 

미제 커피를 타고 계시는 미품상회 사장님...

 

 

 

 

 

두 잔의 커피를 성심성의껏 타고 계십니다.

 

 

 

 

 

 

겨우내 미품상회에 온기를 제공했던 화목난로입니다.

오늘도 난로는 벌건 혀를 내두르며 뜨거운 열기를 내뿜었습니다. 

  

 

 

 

 

환풍기입니다.

성능이 반영구적이라 해도 과언 아닙니다.

모터의 성능이 국산과는 다르거든요.

저 환풍기 모터는 열을 받으면 스스로 꺼졌다가

자동으로 작동되는 절전형 모드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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