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밤
류종호
너무 썰렁해요 할머니
보릿고개 쌀독처럼
휑하니 비었어요
애장무덤 뒤켠
시누대 바람이
오시시 털끝을 일켜요
산드러진 달빛이
시퍼렇게 흡뜬 밤
마실꾼의 발소리가
헛기침을 흘리고
기다림처럼 멀어져 가요
갈 데가 많은 지
미끄러지듯 가요
곶감이라도 빼 먹어요
시린 무우쪽이라도 깎아 줘요
너무 썰렁해요 할머니
장국 후룩이는 소리
듣고 싶어요
산골 머슴아처럼
가난해도 좋으니
옛날 얘기나 해 줘요
새침없이 행복하게
오래 오래 잘 살았다는
나무꾼 얘기나 해 줘요
엉기둥 둥기둥
짝짜꿍이나 해 줘요
너무 시려요
정말이지 할머니
속도 모르고 시려요
쑥대 같은 밤이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