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예보에서 소나기가 지나갈 거라고 하더니 아침부터 하늘이 시커멓다. 잿빛
하늘은 웬지 우울해 보인다. 인천문협에서 오늘까지 마감일로 정한 원고 두 편을 골라 사무실로 가지고 왔다.
8월 12일부터
2박3일 일정으로 예정된 만해시인학교 행사에 참석하기로 했으되 인천문협 회원들의 참석률이 저조하여 한국문협측으로부터 고양까지 가서 단체 버스에
합승하라는 연락이 와 김인식 지회장의 자존심이 생했다는 말을 듣고 내게도 차가 있으니 2-3대에 분승하여 가는 것도 괜찮다고 말해주었다.
사실 버스에 갇혀 에어컨 바람에 병들어가며 죄인 호송 가듯 실려갈 것까지 없는 것이다. 개인 차량의 이동은 중간에 오줌도 싸고,
휴게소에 들러 커피도 마시고, 날아가는 새와 먼 산 흰구름도 봐 가면서 이런 저런 소재로 담소할 기회들이 많다.
만해시인학교는
강원도 인제군 북면 용대리에 있어 그 마을에서 군 생활을 한 나로선 아주 각별하다. 만해시인학교에 묵는 동안 차를 몰아 부대도 들리고, 미시령
계곡도 들어가보고, 진부령 가서 향로봉도 보고, 알프스 스키장, 연화동계곡* 전적지 들러 호국영령들의 명복을 빌고도 싶다.
만해시인학교 행사에 참석하는 인천문협 회원 중 3-4명을 모아 오붓이 다녀오고 싶다. 그날 내 차에 동승하는 분들은 행운을 잡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커피 한 잔 마실까? 삭신도 뻐근하니...
* 표시 : 96년 9월 강릉 안인진리 해안으로
침투한 북한 무장공비 소탕작전의 최후 격전지로 연화동 계곡에서만 오영안 장군(당시 기무부대장), 제703특공대원, 을지부대 수색대원 등 3명이
적의 흉탄에 맞아 산화했다. 이후 제703특공대는 인제군의 협조를 받아 현지에 위령비를 세워 영령들의 넋을 기리고 있다. 하지만 총 집계된
아군측 피해는 전사 8명이다. 무장공비는 26명 침투에 25명이 사살됐으며 잔당 1명은 생사불명(행적불명)이다. 일부에선 동사(凍死)나
아사(餓死)를 주장하는 반면 월북에 성공했을거라는 추측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