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중학교 2학년이던 1975년도 국어 교과서에 실린 이양하
선생님의 <경이와 건이> 수필이 국무총리를 역임한 고건 씨의 어린 시절을 소재로 한 작품이라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독도 삽살개 곰이와 몽이 기사를 읽다가 문득 <경이와 건이>라는 수필이 떠올라 혼자 '픽' 소리를 내며 웃었다.
독도에
기증된 삽살개 곰이와 몽이가 괭이갈매기를 사냥한 죄(?)로 내쫓길 위기에 몰렸다고 한다. 이미 문화재청에선 삽살개를 독도 밖으로 반출하라는
지시를 내렸다고 한다. 삽살개와 괭이갈매기 사이에 왜 문화재청이 관여하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
문화재청장이 유홍준(兪弘濬)이란
사람 아닌가? 몇 년 전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를 써서 베스트셀러 만든 사람. 얼마 전 북한에 갔다가 희한한 노래를 불러 여론의
지탄 속에 허둥지둥 귀국했던 그 사람. 카메라 앞에 고개 숙이고 손으로 얼굴 가리느라 정신없던 작자가 8. 15 행사 중 북한 인사들과 불국사
야경 속에서 가슴 편 자세로 <신라의 달밤>을 불러제끼는 걸 TV에서 보는 순간 인간의 더러운 양면성을 엿보는 것 같아 몹시
씁쓸하였다.
천연기념물 제336호 괭이갈매기가 문화재인가? 그렇다면 천연기념물 제369호 삽살개는 한낱 똥이냐? 개란 본디
수렵성이 있어야 진정한 개다. 독도의 삽살개가 괭이갈매기를 덮치는 걸 인간의 시각으로만 평가해선 안된다는 얘기다. 개인 유홍준 심보 꼴리는대로
결정되어선 안된다. 난 오히려 무차별 살육을 서슴치 않는 인간보다 삽살개가 훨씬 낫다는 입장이다.
이쯤에서 우리 토종개에 관해
간단히 진단해보겠다. 엄밀히 따져 우리 토종개는 진돗개가 아닌 삽살개다. 진돗개는 몽고 침입때 몽고군의 군견으로 따라 왔다가 진도에 정착했다는
설이 유력하다. 이는 몽고 정착민과 함께 남하했다는 풍산견의 기원과 깊은 관련이 있다. 우선 진돗개와 풍산개는 외모부터가 아주 흡사하다. 결국
조상이 같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삽살개는 어떤가? 삽살개는 김부식의 <삼국사기>에서도 평가받은 개다. 인용에 따르면
경주 궁인(宮人)들의 애견으로 매우 사랑 받았다고 한다. 그 후 통일신라가 붕괴되면서 외부로 반출된 이래 오랜 세월 백성과 맥을 함께 해온
것이다. 일제 강점기때 군납 모피용으로 씨가 마르다시피 한 삽살개. 이렇듯 진정한 한국의 개는 삽살개가 맞다. 오랜 세월 우리의 정서를 대변해온
진돗개 역시 그 가치를 인정해줘야겠지만 말이다.
개를 줄로 묶어놓는 행위는 학대나 다름이 없다. 독도에서 태어나고 자란 개가 과연
그 바탕에서 뭘 배우고 컸겠는가? 내 눈엔 깎아지른 암벽을 산양처럼 날렵히 뛰어다니는 삽살개가 그토록 용맹스러울 수 없었다.
삽살개를 육지로 반출하고 유홍준이란 작자를 독도 경비대로 보내는 건 어떨런지... 괭이갈매기 사수대로 말이다.
곰이, 몽이, 힘내라.
진정한 한국의 개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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