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구월동 모래내시장 근처로 일을 보러 갔을 때 목격한 상황이다. 동사무소 직원으로 보이는 사람이 노점상을 단속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의 주변엔 '얼룩무늬 차림'의 남자 10여명이 포진(?)해 있었다. 이른 바 단속 공무원을 보호하기 위해 동원된 관내 해병전우회 회원들이었다.
해병전우회!
그 날 내가 본 모습을 토대로 단정짓자면 부랑자들이 따로 없었다. 대부분 50대
중후반으로 보이는 사람들은 공사판 인부들 같은 꼴로 단속 공무원을 따르고 있었다. 대낮에도 관공서 동원이 가능한 사람들…. 그들이 부랑자 같다는
말은 바로 품행에서 비롯된다.
어떤 이는 잠바 자크를 열어놓았고 담배를 꼬나 문 사람도 있었다. 바지 뒷주머니에 두 손을 푹 찔러 넣은 이도 있었다. 복장 또한 제 각각이었다. 모자를 벗은 이, 조끼를 입은 이, 무슨 훈장 같은 마크를 가슴과 등에 떠억 붙인 이, 바지 하단을 군화 밖으로 내놓은 이…. 그러면서 왼쪽 가슴엔 저마다 '단속'이란 표찰을 패용한 것이었다.
그들이 엄호하는 가운데 동사무소 직원이 노점상들을 상대로 고압적인 언행을 일삼고 있었다. 노점상들을 향해 강한 어투로 말하는 모습이 매우 권위적이었다. 우스꽝스런 그 장면을 보면서 실소가 터져 나왔다. 노점상들을 향해 떠드는 보무 당당함의 제스처라니….
만일 내 추측대로 그 순간 해병전우회 회원들이 공무원의 단속 업무에 동원되었다면 응당 '공무원의 업무를 보조하는 보조원'으로 봄이 타당하다. 그렇다면 결국 그들은 공무를 수행 중이었던 것이다. 공무를 수행하는 자들이 복장부터 그런 식이라면 한탄할 노릇이다. 공무원에 빌붙어 서민들을 상대로 위력이나 과시하는 게 해병전우회의 정신은 아니잖는가?
제복을 입은 이는 단정해야만 권위와 품위가 선다. 제복의 명예를 더럽히지 마라. 공무원의 업무 보조에 동원되는 관변 단체 회원들은 사전에 철저한 교육으로 민원인 앞에서 불필요한 언행을 삼가도록 해야 마땅하다. 또한 해병전우회 회원들은 스스로 위신을 실추시키는 언동을 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이러는 나 역시 특수부대 출신이다. 공무원의 고압적인 자세와 해병전우회 회원들의 실망스런 행태가 개선되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 금일자 <인천일보>에 '공무수행 공무원들의 꼴불견 작태' 제하 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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