雜記/이 생각 저 생각

동탄면사무소

펜과잉크 2006. 5. 3. 20:44

 

 

아내가 법원으로 운동 가서 원내를 만보회(萬步回) 할 적에 나는 딸 아들이랑 앉아 SBS-TV를 보며 긴 숨을 내쉬었다. 곧 숨 죽여 울었다. 딸도 울었다. 모두 말이 없었다. 50년을 남의 집 머슴으로 살면서 짐승만도 못한 대우를 받아온 이흥규 어른 사연 때문이었다. 82세 누님을 뵙는 순간 넙쭉 옆드려 큰절을 올리는 장면에선 입슬을 깨물어야 했다. 그 장면을 보고 눈물 짓지 않은 사람이 있으랴!

 

멀쩡한 사람을 평생 노예로 부려먹은 주인집 부부에게 먼저 책임을 묻는다. 마을 이장과 주민들도 자유롭지 못하다. 방송 관계자들이 이흥규 어른 명의 정부 보조금 사용처를 묻는 과정에서 '그런 것까지 일일이 어떻게 확인하는가?' 라던 면사무소 남자 직원과 '지금까지 보호해준 주인 부부의 공도 무시할 수 없지 않느냐?'고 반문했던 담당 여직원도 책임이 있다. 덧붙여 그 지경에 이르도록 방관했던 관할 화성시 동탄면사무소도 책임이 크다.

 

너희는 부모가 없으냐? 누가 너희 부모를 데려다 그 모진 세월을 오직 부려 먹는다고 생각해보라! 그게 옷이냐? 그게 밥이냐? 그게 집이냐? 망할 무리들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