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사건을 보며 개탄을 금하지 않을 수가 없다. 난 교직원 입장도 학부모 입장도 아니다. 그래서 진작에 TV 뉴스를 통해 사건을 알았지만 여지껏 개인적인 입장 표명을 자제해왔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학부모들이 교사의 집까지 쫒아가 항의했고, 이튿날 학교에까지 찾아와 고함을 지르며 사퇴를 촉구했다는 점이다. 그야말로 학부모들에겐 교권이란 일찍부터 안중에 없던 일로 보인다.
사건의 발단은 이렇다. 초등학교 2학년 여교사가 아이들에게 식사시간 15분을 주며 빨리 먹으라고 재촉을 했고 이를 어긴 학생들에게 반성문을 쓰라 했다는 것이다.
일단 내 입장에서 교사로서 그 정도의 제재는 충분히 가능하다고 본다. 아니 그 이상의 범위까지도 가능하다. 대체 그녀가 누구인가? 아이들을 가르치는 '선생님' 아닌가? 식사시간에 오죽 무질서하게 행동을 했으면 15분 내에 식사를 하라고 했을까? 설령 교사가 제자들에게 반성문을 쓰라 했다 한들 교육적 차원의 소산으로 이해하면 안될까?
아무리 중도의 입장을 취하려 해도 일방으로 기우는 내 판단이 잘못된 걸까? 하지만 학교까지 찾아가 삿대질을 하며 반말로 '선생님'을 향해 상소리(지식인 운운, 사표 제출 등)를 내뱉은 학부모의 행위는 엄연히 교권 침해다. 따라서 한국교총의 해당 학부모에 대한 고소 및 고발 행위는 정당하다고 본다.
나도 매일 구내 매점을 이용하지만 식사 시간 15분이면 그리 촉박한 시간이 아니다. 아이들 점심 식사가 어른들의 저녁 모임처럼 소줏잔 오가고 잡답이 이어지는 자리가 아니잖는가? 개인적인 추리이지만 그 교사는 학생들의 무질서한 행동을 보다 못해 취한 조치라고 믿는다. 교사가 학생들을 상대로 어떤 강요나 제재를 가한들 그게 어디 '학대'이고 '인격 모독'일까?
여교사를 향해 오만불손한 행위를 일삼은 학부모는 훗날 자식을 군대 보내놓고 식사 문제로 얼차려를 받았다면 훈련소까지 쫒아갈 것인지...
"식사 개시!"
조교의 명령에 밥 수저가 쉴 새 없이 오르내리고,
"식사 끝!"
한 마디에 테이블의 전 장병(훈병)이 일시에 숟가락을 놓아야하는 여건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한국교총의 조치에 적극 동조하며 해당 학부모의 뼈를 깎는 반성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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