雜記/이 생각 저 생각

교권과 사랑의 매

펜과잉크 2006. 7. 14. 13:13

 

 

아침마다 아들을 학교까지 태워다 주며 이런저런 얘기를 나눈다. 며칠 전엔 두발문제에 대해 말하는 것이었다. 급우 한 명이 머리가 길다는 이유로 체육 선생님에게 걸렸는데 그 선생님이 학생의 구렛나루 부위를 돌돌 말아 움켜쥐고 뭐라고 하면서 '확' 나꿔챘단다. 그래 구렛나루털이 제법 많이 뽑혔단다. 학생이 눈물을 글썽이자 체육 선생님은 마치 조롱이라도 하듯이 '울어? 한 번 울어 봐. 울어봐.'하면서 정수리 머리채를 잡고 이리저리 흔들더라는 얘기였다.

 

아들의 말이 사실이라면 -거짓말로 의심치 않음- 그것은 매우 충격이었다. 자식 기르는 입장에서 열여섯 중학생은 채 어린 티를 벗어나지 못한 몸이다. 과연 체육 교사에게 구렛나루를 뽑힌 그 학생이 열여섯 나이가 될 때까지 부모님으로부터 얼마나 매를 맞았을까? 내 경우를 대비해보면 한 번도 맞지 않고 컸을 수도 있다. 그런 아이가 '선생님'이라는 대상으로부터 머리채를 뽑히는 수모(?)를 당했다면 과연 어떤 심정이었을까 상상해본다. 아들의 말로는 이튿날 학생이 삭발을 한 채 등교했더란다.

 

영국의 어느 학교에서 두발문제를 지적당한 학생이 삭발을 하고 등교하자 학교측이 교권에 대한 침해로 간주하고 정학 처리했다는 기사를 읽은 적이 있다. 우리 어릴 적에도 흔히 두발문제로 지적당한 학생이 삭발을 하고 나타나면 선생님에 대한 항거의 표시로 인식하곤 했다. 나도 경험한 일이지만, 그럴 경우 당사자인 학생의 정서는 이미 안정을 잃었다고 보는 쪽이 타당하다.

 

과거 인천의 어느 고등학교로 학생 하나를 만나러 간 적이 있다. 교무실 학생과 선생님을 면접하여 간단한 이유를 고지한 후 학생을 불러달라고 했다. 그랬더니 잠시 후 나타난 학생에게 다른 교사가 다짜고짜 소리를 지르는 게 아닌가?

"야, 임마... 너 어디서 뭔 지랄를 했길래 이 난리야? 엉? 엎드려 뻗쳐!"

교사는 곧바로 학생의 엉덩이에 몽둥이질부터 가했다. 난 젊은 혈기에 너무 화가 나 교사를 향해 크게 소리쳤다.

"이봐. 학생을 왜 때려. 당신 지금 우리한테 자세한 내막을 들어나 봤어?"

사실 그 학생에게 다른 아이의 제보를 듣고자 갔던 것이다.

 

내 친구 종택이는 P중학교 국어 교사다. 그는 학생과장 직도 겸하고 있다. 일주일 동안 수업 일수가 몇 시간 되지 않는 걸로 아는데 하필 수업 중에 전화가 연결될 때가 있다. 친구는 내 번호를 확인하고 '통화' 버튼을 눌러 자신이 강의하는 소리를 들려준다. 난 사정에 따라 5분이든 10분이든 친구의 강의를 엿듣곤 한다.  

 

적지 않은 세월을 유사한 경험을 통해 얻은 결론이란 친구가 무척이나 '자상한 선생님'이라는 점이다. 교사가 강의하는 것만 가지고는 올바른 진단을 내릴 수 없다. 그의 어투, 예를 들면 말 속에 깃든 자상함이라든가 선생님의 질문에 대답하는 학생들의 수업 태도를 통해 느껴지는 결과를 종합할 때 유추 가능해진다. 

 

혹여 선생님들이 학생들을 지나치게 상투적으로 대하고 있는 건 아닌지 묻고 싶다. 모든 제자들을 자식처럼 아끼고 사랑한다면 선생님의 손에 의해 구렛나루가 뽑히고 눈물 짓는 학생은 없으리라 믿는다. 그건 사랑의 매가 아니라 가혹행위다. 인권침해다. 학생들이 선생님을 감정의 대상으로 노려서야 되겠는가? 올바른 교권 확립과 교육 풍토를 위해 당사자들의 진지한 성찰이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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