雜記/이 생각 저 생각

야영의 즐거움

펜과잉크 2006. 8. 17. 18:57

 


야영은 가급적 오지로 향하는 게 좋다. 어디까지나 내 지론이지만 인간들이 많은 곳은 싫다. 시끄럽고 산만하다. 만날 마주치는 그들을 거기서도 만나야 한다면 실로 짜증스런 일이다. 그리하여 인적과 동떨어진 곳, 오래 전에 사람의 발길이 끊어졌거나 시종일관 사람이 찾지 않는 지형을 골라 텐트를 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다.

 

며칠 분량의 쌀, 며칠 분량의 라면과 반찬……. 감자라든가 옥수수, 밤, 사과, 참외와 수박, 오이 같은 먹을거리를 비축해놓고 외부와 싹둑 단절해버리는 것이다. 휴대폰까지 꺼놓고, 가끔 세상에 대한 궁금증이나 일기예보가 궁금하면 라디오만 켰다 껐다 하면 되지 않을까?

 

고이 간직해간 잉크병을 꺼내 만년필에 적당히 주입하고, 흔들리는 나뭇잎을 바라보며 몇 줄 끄적이거나 백석(白石) 혹은 김달진 시인의 문집을 펼쳐 들고 이런저런 단상에 빠진다면 진정 행복할 것 같다. 한기가 몰려오면 삭정이 몇 개 모아놓고 불을 피우리.

 

2박3일 내지 3박4일의 일정을 목표로 떠날 수 있다면 준비는 그리 복잡하지 않아도 된다. 쌀 1되, 라면 20ea, 소주, 식수, 반찬, 버너용 연료 정도…….

 

그럴 리 없겠지만 야생 멧돼지나 불명의 습격에 대비하여 목지점에다 쥐덫을 놓는다. 미국 옥수수농장에서 쓰는 쥐덫은 엄청난 위력을 자랑한다. 쥐덫을 자일용 로프에 묶어 흙이나 가랑잎으로 살짝 위장해놓으면 쥐덫을 달고 도망하는 예도 없을 것이다. 이 정도면 되지 않겠나?

 


         * 쥐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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