雜記/이 생각 저 생각

훈장 탄 사나이

펜과잉크 2006. 8. 22. 23:16


군사 마니아 모임 회원인 내 눈에 화랑무공훈장을 팔겠다는 글이 띄었다. 눈이 번쩍했다. 훈장을 팔겠다니, 대체 어인 일인가? 판매자는 20대 초반의 젊은이로 할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화랑무공훈장을 싼 값에 팔겠다는 얘기였다. 워낙 돈이 없어 궁하다는 사족과 함께…. 처음 판매가를 55만원에 올린 그는 나와 몇 번 통화를 하면서 현찰 구매 시 30만원까지 할인해주겠다는 제의에 동의했다. 나는 분명히 훈장이 장물일 거란 단정을 내리고 적당한 시간에 적당한 장소로 유인하기로 했다.


드디어 부평역 앞에서 그를 만났다. 만일의 경우에 대비하기 위해 직원 두 명을 잠복시켰다. 그가 천으로 된 주머니를 내밀었다. 꺼내서 유심히 보니 화랑무공훈장 모조품이었다. 일련번호도 없었다.

“이거 어디서 났어?”

난 신분을 밝히고 따졌다. 그제야 기색이 달라지며 청계천에서 주웠다고 둘러댄다. 하지만 청계천 사정에 밝은 내 지론으로 훈장까지 주울 정도의 무질서한 요지경은 아니었다.

“청계천 사람들은 훈장을 마구 흘리고 다니나?”

추궁하자 말없이 얼버무린다.


결론은 화랑무공훈장을 30만원에 팔겠다는 얘기였다. 3만원도 안 되는 모조품을 말이다. 만일 개인적으로 접근했다면 ‘훈장’이라는 말에 유혹되어 30만원을 입금시켜주는 사태가 발생했을지도 모른다. 그 다음 모조품 훈장 받고 거품을 물었겠지? 두드려 본 결과 돌다리가 아니었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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