雜記/이 생각 저 생각

지천(至川) 스케치

펜과잉크 2006. 8. 27. 22:40

 

 

은산에서 부암리 고개를 넘어 회곡리 앞 차도를 지나면 지천(至川 : 청양군 홈페이지 참조)에 닿는다. '至'는 '닿다' '이르다'의 뜻이니 결국 하나의 거대한 물줄기 정도로 이해하면 되지 않을까 싶다. 거기서 지척이 금강 아니던가?

 

얼마 전까지 내가 '소부래' 어쩌고 오기(誤記)했던 '소골내'에 대하여 가곡2리 출신 하늘미인 님이 바로잡아주신 적이 있는데 '소골내'란 '소(沼)' '곡(谷)' '천(川)'의 의미가 함축되어 있지 않을까 판단된다. 실제 그곳은 완만한 물줄기가 일군 험한 암벽을 만나 깊은 소(沼)를 이루고 있으니 말이다.

 

만일 가곡2리로 진입하는 시내버스가 없다면 '소골내' 삼거리 버스정류장에서 내려 마을까지 걸어야 한다는 결론이었는데 인적이 드물어 밤차를 이용하는 사람들에겐 다소 불안하지 않을까 하는 결론을 얻은 바 있다. 마을 쪽 도로도 산기슭을 따라 급한 굽이를 이루고 있음을 볼 수 있었다. 빤한 산기슭에 민가 한 채가 보이긴 했으되 어떤 방패로 삼기엔 부실한 점이 많아 보였다.

 

과거 회곡리 앞 지천교 목전 노변에 방앗간이 있었던가? 내 기억엔 붉은 함석을 얹은 방앗간이 있었던 것 같다. 방앗간 지나 지천교를 만나는 지점에서 좌측 방죽 길을 타면 정면으로 보이는 마을이 금공리이다. 난 이 마을의 지명도 '금곡(金谷)' 정도로 알고 있었는데 얼마 전 마을 앞을 지나며 초입 표석(標石)을 보니 '금공리'로 새겨져 있어 바로 알게 되었다. 금공리 지명은 인근 화산탄광과 무슨 연관이 있지 않을까 의구심이 일기도 한다. 여담으로 우리 동창 중 금공리 출신 '김광천'은 한자로 '金光天'이어서 선생님들로부터 '이름 좋다'는 평을 듣기도 했다.

 

지천 방죽을 걸어본 날이 언제였던가? 아득히 멀어져 간 옛날을 회상하며 천천히 걸음 떼던 기억들이 스쳐간다. 삘기와 엉겅퀴가 드문드문 피어있는 방죽 아래엔 습지 식물 부들이 군락을 이룬 곳도 눈에 띄었다. 

 

그 당시 방죽에서 정면으로 보이던 금공리 뒷산엔 고압선 철탑이 서 있었으며, 그 산은 또한 높고 가파르던 기억이 난다. 그런데 세월이 흘러 사십의 중간에서 일대를 오가며 보는 금공리 산세는 야트막한 경사를 이룬 볼품 없는 야산에 불과했다.

 

그 산 정상 철탑 아래에서 새벽 이슬 맞으며 얘기꽃 피우던 때가 있었으니…. 영복, 상철, 경옥, 기자, 은규…. 별처럼 반짝이던 눈빛의 다정했던 이름들이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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