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가끔 들리는 미군용품점이 있다. 인천에 있다. 뭐 자주 들리는 건 아니고 가끔 들린다. 거긴 오리지날 미군용품들로 가득하다. 장도리부터 쥐덫, 먹줄, 화목난로 같은 것들도 있다. 우의도 있다. 환자용 베개도 있다. 아무튼 많은 것들이 있다.
석양 무렵, 지나는 길에 차를 세우고 보니 주인 아저씨가 열심히 난로에 쓸 화목을 정리하고 계셨다. 머리에서 발끝까지 완전히 미군 복장을 하고 말이다.
* 그 아저씨
차를 세우고 내려서 인사를 하자 반갑게 맞이한다. 그래 이곳 저곳을 둘러보는데 장작더미 옆에 웬 합판이 있다. 가만히 보니 뭐라고 쓰여져 있는데 무슨 말인지 얼른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무슨 경고문 같아 호기심에 다가가니 아래와 같은 문구가 적혀 있다.
* 합판 경고문
합판은 두 개가 포개져 있었다. 난 얼른 카메라 셔터를 누르고 나서 합판 하나를 쳐들었다. 그랬더니 뒤에 있는 합판에 아래와 같은 글귀가 적혀 있다.
* 합판 경고문
무슨 뜻인지 몰라 물으니 다음과 같이 풀이해주는 것이었다.
'장농 베니다(합판) 버리지 마시오. 버리면 개새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