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억을 받았습니다. 아무 말도 하지 않았습니다. 하나부터 열까지 도와주면서 이 모든 것이 남편과의 약속이라고 했던 이 사람!
이젠 우리 가족의 라이프 플래너입니다.'
푸르덴셜생명의 광고 문안이다. 그런데 이 문구를 보면 기분이 좀 그렇다. 여자가 고백 형식으로 낭독하는 이 광고는 남편 죽어 보험금 10억을 받게 되었다는 점과 그 돈으로 잔디 깔린 정원의 집을 구해서 남은 아들이랑 '활짝 웃음 짓고' 산다는 내용이다. 극단적인 해석일지 몰라도 어쨌든 그 뉘앙스를 받기에 충분하다.
문안의 마지막 부분 '이 사람'은 보험사 직원을 말한다. 물론 남자 직원이다. 호칭을 '그 분' 혹은 '그 사람'으로
하지 않고 '이 사람'으로 한 것은 아마도 친밀도를 의식한 때문이 아닐까 한다. '그 분'보다는 '그 사람'이 격이 낮게 느껴지고, '이
분'보다는 '이 사람'이 한층 정감 있게 들리지 않는가? 비눗방울 날리는 모습은 뭘 암시하는 걸까?
요즘 돈 10억원이면 정원 딸린 집을 사고 외제 벤츠(車) 정도는 우습게 구입하고도 몇 억쯤 남는 액수다. 남편 죽어 10억 받아 잔디 깔린 정원에 물 뿌려가면서 행복해하는 광고를 보면서 20개 가까운 보험에 가입한 내가 죽으면 아마 수 십 억은 나오지 않을까 추산해보는 바이다. 대리석 깔린 집도 살 수 있다. 혹시 아내는 내 보험금을 불입하며 정원 딸린 대리석 집에 벤츠 열 대쯤 몰고 다니는 꿈을 꾸는 건 아닐까? 이 무슨 해괴한 발상인가? 아아…
주제 : [뉴스 블로그] 남편 기분 나빠지는 푸르덴셜 광고 [미디어다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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