雜記/고향 생각

구륜 탈곡기와 영화 '잘 살아 보세'의 상관성 고찰

펜과잉크 2007. 1. 2. 10:36

 

탈곡기 중에 구륜 탈곡기가 있다. 장정이 발판을 밟아 원형의 탈곡 장치를 돌리면서 벼 이삭을 훑어 수확하는 방식이다. 완전 수동도, 그렇다고 완전 자동도 아닌 반자동 탈곡기였다. 발로 발판(페달)을 밟을 경우 원통형의 굴레바퀴가 돌아가면서 굴레바퀴에 박힌 U자 형의 철심이 이삭을 훑거나 때려 떨어뜨리는 작업 방식이다.

 

이것은 다리 힘에 의하여 바퀴 돌아가는 소리가 달랐다. 가령 나 같이 다리 힘이 평범한 사람이 밟을 경우엔

'부릉 다릉 가릉 다릉'

정도로 변성기 음정 비슷한 소리를 냈다. 지극히 정상적인 소리다.

나보다 힘이 조금 센 중뜸 조열이 형 같은 사람이 밟은 경우엔

'하릉 타릉 하릉 타릉'

정도의 다소 상승된 알토 음정 소리로 바뀌었다.

 

그런데 구렁터 종환이 형처럼 최꺽정 같은 사람이 힘을 주어 밟을 경우엔 바퀴가 미친 듯이 돌아갔다.

'하릉하릉 하악하악, 흐릉흐릉 흐악흐악, 헤릉헤릉 하학하학, 쀼우룽 쀼우룽 슈슈슈슈...'

종환이 형이 돌리는 바퀴는 타력이 굉장해서 벼이삭을 얹을 경우 한 순간에 이삭들이 타타타탁 소리를 내면서 죄다 훑어지는 것이었다.

 

그렇게 하체를 단련한 힘으로 밤마다 잔업(?)을 치루어 떡두꺼비같은 아이들과 토끼같은 계집아이들을 낳았다. 2006년도에 실패한 국내영화 <잘 살아보세>의 스토리와는 다소 역행하는 처사이지만... <잘 살아보세>의 영화 배경이 1970년대 초반의 충남 정산군 둔내면 용두리였는데 사실 행정구역상 충남 정산군 둔내면 용두리는 없다. 정산과 용두리를 배경으로 한 점으로 보아 분명히 우리 고향 용두리를 유념한 게 아닌가 아는 추측이 인다.

 

손가락에 콘둠을 끼우고 마누라 위에서 용 쓰던 영화 장면이 생각난다.

'헤릉헤릉 하학하학, 쀼우룽 쀼우룽 슈슈슈슈...'

 

 

 

D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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