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 벽두에 고향집에서 하룻밤을 보내며 새벽까지 우편물 작업을 한 적이 있다. 연하장 대신 엽서에 졸필을 적어 각별한 분들께 보내기로 하고 일일이 엽서를 썼다. 그런데 방에 위풍[冷氣]이 어찌나 센지 손이 덜덜 떨려 제대로 써지지가 않았다. 어머니께서 미리 보일러를 켜놓으신 것 같았지만 워낙 오랫만에 작동시켜서인지 별무 효과였다.
둘째 아우는 고향집에 가면 꼭 안방에서 부모님과 함께 잔다고 한다. 한번은 어머니께서 식구들끼리 방 하나를 전용하라셨더니 그러더란다. "엄마 옆에서 자는 것이 얼마나 되겠어? 그냥 이렇게 잘래." 그 말을 듣는 순간, 목젖을 치고 올라오는 감정에 눈시울이 뜨거웠던 기억이 난다. 아우에 비해 난 지극히 이기적인 것 같다. 부모님 곁에 자는 게 편하다는 걸 알면서도 난 혼자 있기를 좋아한다. 혼자 책을 보고, 이것 저것 찾아 보고, 가령 책을 꽂아놓은 별채에 가서 불 켜고 우두커니 서 있다가 오는 경우도 있다. 이 밤, 꽝꽝 추위로 책꽂이에 올려놓은 잉크병들이 얼진 않을까?
시골은 이런 도시보다 더 춥다. 이 추운 밤을 부모님은 안방에 내동댕이 당하듯 누워 주무시겠지? 내 나이 지명이 내일 모레인데 아직 효도라는 걸 모르고 산다. 부끄럽구나. 언제 고향으로 돌아가 부모님 모시고 살 수 있을까? 아버님의 바튼 기침소리가 들려올 것만 같다.
|
출처 : 내지리 시내버스
글쓴이 : 류삿갓 원글보기
메모 :
'雜記 > 고향 생각' 카테고리의 다른 글
<b>고향의 소리</b> (0) | 2007.01.29 |
---|---|
[스크랩] 남면주택 (0) | 2007.01.14 |
[스크랩] 어느 시골 중학교 동창회를 회상함 (0) | 2007.01.06 |
구륜 탈곡기와 영화 '잘 살아 보세'의 상관성 고찰 (0) | 2007.01.02 |
겨울밤 (0) | 2006.12.1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