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별한 사람과 차 한 잔 하고 싶을 때가 있다. 인천문협에도 둘이나 있다. 모두 여자다.
그런데 한 분은 몇 년 전부터 약속만 줄기차게 해놓고 한 번을 지키지 못했다. 며칠 전에도 '조만간 뵙지요' 라고 daum 쪽지를 보내놓고 그냥 넘어 가버렸다. 서로 바쁜 탓이다.
송도비치호텔 입구에 「그린토마토」라는 찻집이 있는데 비싼 반면 그런 대로 분위기가 괜찮았다. 업무로 송도에 체류하던 시절에 직원들이랑 자주 갔었다. 아깝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었지만….
송도에서 전화가 와서 불려가 차를 마신 적도 몇 번 있다. "우리 이곳에 모였는데 들르시겠어요?" 그 소리에 끌려가면 대낮에 여자들 몇이 찻잔을 놓고 앉은 경우라서 나도 한 잔 마실 수 있었다.
그런데 이 송도엔 '낮거리 업소'가 많아 언급하기가 망설여지곤 한다. 제 발 저린 격이 아니라 "언제 송도에서 차 한 잔 하시겠어요?" 왜곡될 소지가 없는 것도 아니다. 이래저래 말이 많은 송도다.
그러고 보니 길바닥 자판기 커피가 제일 실용적인 것 같다. 달리 감안하지 않아도 되니 말이다. "언제 길바닥에서 차 한 잔 하시겠어요?"
* 낮거리 업소 : 낮에 성업하는 업종의 하나로 '낮거리'는 충청 내륙 일부 지방에서 구전되는 '낫걸이'에서 변형된 게 아닌가 추정되는 바이다. 낮에 사립에 낫이 걸린 집은 '나 지금 안에서 뭔 일을 허는 중이니께 다음에 오라'는 뜻이라는 민담이다. 그 '뭔 일'이 뭔지는 확인 불가하지만 호도를 까거나 깨를 볶는 건 아닌 듯 하며 혼자서 불가능한 일을 상호 협력하는 절차상의 용무로 믿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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