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차피 한글맞춤법통일안을 운운하는 자체가 우스운 꼴이 된 세상이지만 일말의 희망을 갖고 말하자면 내 입장에서 세상은 종말의 지경을 향해 꾸준히 나아가고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 만일 악마가 존재한다면 그는 지금 저쯤에서 점점 다가오는 인간 말세를 바라보며 군침을 흘리고 있을지도 모른다.
TV에서 연상의 여성을 호칭하면서 '누나는 내 여자야' 하는 소리를 들었다. 처음엔 무슨 뜻인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누나가 내 여자라니? 그러다가 웃음이 터졌다. 누나가 내 여자(연인)가 되었다면 그건 혼자 가늠할 문제이고, 굳이 밖으로 표현하자면 '당신은 내 여자야'라고 해야 옳다. 그래야 듣는 사람이 혼란스럽지 않다. '내 여자'는 한 살 연상의 여성도 열 살 연상의 여성도 될 수 있는 것이다. 그렇다고 입 밖으로 나오는대로 마구 부를 수는 없지 않은가?
'누나가 내 여자'라면 '선생님도 내 여자'이고 '이모도 내 여자'라는 얘기 아닌가? 그리하여 끝내 고모도 내 여자, 이웃집 아주머니도 내 여자, 슈퍼집 주인도 내 여자, 할머니도 어머니도 모두 내 여자가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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