雜記/이 생각 저 생각

웃음소리를 배경으로

펜과잉크 2007. 12. 24. 18:22

 

 

웃음소리만 들어도 사람의 인성을 대략 파악 가능하다고 봅니다. 저는 며칠 전 어느 행사장에서 참 희한한 남자의 웃음소리를 들었습니다. 그런 웃음소리는 근래 처음이에요. 웃음소리가 영락없이 간신 아첨 떠는 소리였습니다. 그 사람이 정년퇴임을 2-3년 앞둔 고위 공직자(3級)였는데 구청장 앞에서 완전히 손을 비비는 꼴이더군요. 원래 구청이란 곳이 그런 곳인지는 모르지만 옆에서 구역질이 났습니다.

 

TV 사극에서 졸군(卒軍) 병마(病馬)가 흘리는 헛소리 있잖아요? 그 소리였습니다. 높지도 낮지도 않은 톤으로 여러 사람들 앞에서 구청장 오른쪽에 앉아 연신 상체를 굽신거리며 아양떠는 게 그 사람의 지난 삶을 그려보게 하더군요.
'깎듯이 예의를 갖추면 됐지, 뭐 저런 식으로 굴욕적인 자세를 취하나? 미친놈 같네.'
그런 생각을 했습니다.

 

남자가 지나치게 호탕한 웃음소리를 내도 무례해 보이고, 지나치게 여성스러운 웃음소리를 흘려도 아첨꾼 같습니다. 반대로 여성의 경우도 다르진 않지요. 여성이 껄껄껄 웃으면 경망스러워 보일 것입니다. 그렇다고 아까 부구청장처럼 아양떠는 소리를 내도 그 소리 또한 듣기 좋은 건 아니지요. 개인적으로는 구토가 납니다만…….

 

그러니까, 즉 말해서, 세상은 어디에나 정도라는 게 있습니다. 적당히 선을 지키자는 것이지요. 웃음도 눈물도 기쁨도 사랑도 섹스도 싸움도 이별도 적당히 하는 게 좋습니다. 죽을 때도 적당히 죽는 게 여러 사람한테 복을 받더군요. 그러고 보면 적당히 사는 것만큼 어려운 일도 없는 것 같아요. 인천문협 송년회 2차 모임『블랙조끼』에서 김진초 님이 저한테 '연애도 못할 것 같다'고 농담하셨는데요. 저요, 할 줄은 압니다. 연애도 마누라한테 들키지 않는다는 보장만 있으면 적당히 해보고 싶은 '장르'에요. 아무튼 적당히 웃고 사는 지혜를 가져보자고요.

 

 

 

'雜記 > 이 생각 저 생각' 카테고리의 다른 글

[스크랩] 예벽두문답  (0) 2008.01.02
신변잡기  (0) 2007.12.24
김철주 청장님  (0) 2007.12.13
커피타임  (0) 2007.12.13
엽서  (0) 2007.12.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