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오랜만에 커피숍에서 문인과 차 한 잔을 마셨습니다. 테이블에 앉아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면서 유익한 시간을 공유했던 것 같아요. 그 자리에서 그 분과 나눈 대화 중에 두 가지가 생각납니다.
하나는 '100명한테 다 좋은 사람이 과연 좋은 사람이냐'하는 화두였습니다. 그 분은 먼저 얘기를 꺼내놓고 '결코 좋은 사람이 아니다'라고 답을 내리더군요. 그와 유사한 화제가 그 날 그 분과 처음 있었던 건 아니지만 충분히 공감할 만한 가치관이라 여겨졌습니다. 옳은 말씀입니다. 사람이 100명한테 모두 좋은 사람일 수는 없지요. 그렇다면 그 사람은 간과 쓸개를 다 빼놓았거나 뭔가 '나사'가 잘못 조여진 사람일 겁니다. 사람은 자기만의 색깔과 자기만의 세계가 필요합니다. 목소리 말입니다. 따라서 의견이 맞는 사람이 있고 틀리는 사람이 있지요. 아군이 있으면 적군이 있기 마련입니다.
잉카문명의 마추픽추 종말에 대하여, 만일 제가 당시 그 도시를 지배했다면 필히 군대를 갖췄을 것입니다. 고지로 오르는 통로에 각종 장애물을 설치하고 월1회 혹은 분기별 1회 주민 훈련을 시켰을 것입니다. 물론 초병(哨兵)도 두었을 것이고요. 유사시 초병으로부터 적 침투 징후에 의한 신호를 받으면 군대와 주민들을 신속히 각자의 위치로 배치시켜 가령 바윗돌을 굴리거나 팔매질로 낭벽에 붙은 적병의 마빡을 공격하도록 했을 것입니다.
"야, 저 놈도 깨버려."
철과 수레를 모르고 적(敵)을 몰랐던 그들이 스페인 침략자들에 의해 정복당한 건 어쩌면 당연한 현상인지도 몰라요. 스페인 기병대를 신(神)으로 알았다 하잖아요. 어이없습니다. 군사학에서 보통 공격과 방어개념을 3:1로 보는데요. 100명의 군대만 있어도 침략군 수백 명에 맞설 수 있는 계산이 나옵니다.
말이 빗나갔네요. 아무튼 사람이 100명에게 다 좋을 수는 없습니다. 또 하나는 시인이든 소설가든 오직 글 쓰는 일에만 몰두해서 아침에 만나도 문학, 저녁에 만나도 문학, 이리 봐도 문학, 저리 봐도 문학, 문학만을 외치며 사는 사람이 과연 올바른 사람이냐 하는 문제였습니다. 개인적으로 그런 사람은 배우자가 참 힘들 것 같습니다. 배우자뿐인가요? 나머지 가족들도 예외는 아니겠지요. 어떤 일에 지나치게 몰두하는 사람, 집착하는 사람은 성격이 원만하지 못하고 사소한 이견에도 꼬투리 잡듯 따지거나 낯을 붉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인천문협에도 그런 분이 있잖아요. 대세 중론에 편승하지 못하고 매번 짚고 가는 사람 말입니다. 국수 가닥 세듯이……. 누구인지는 내년 초 인천문협 총회 때 보세요. 어김없이 또 나설 겁니다.
전업작가로 글을 쓰는 사람도 있지만, 현실적으로 그리 순탄하지 않을 것이므로 먼저 경제적인 기반이 갖춰지거나 최소한 생계 해결을 위한 직장이 보장된 상태에서 가능하지 않을까, 그게 우리나라의 문단 현실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물론 각종 상(賞)을 휩쓴 김 훈 같은 분은 글 쓰는 것만으로 충분한 삶을 살지만 그 경우는 매우 드물지요.
에, 이제 얼마 안 있으면 2008년이 됩니다. 내년 2월 구정 명절을 쇠면 정기 발령이 있을 것 같은데요. 과거 운동하다가 다친 왼쪽 눈 때문에 그만 사이버 업무 파트에서 빠져나갈까 궁리중입니다. 액정 화면을 오래 보고 있으면 눈의 피로도가 느껴집니다. 컴퓨터를 다루지 않는 부서로 이동할까 해요. 여러분도 모두 건강하시고 댁내 두루 평안하시길 빕니다. 가끔 저처럼 신변잡기라도 올려 주세요. 그러고 보면 인천문협 게시판도 참 많이 가물었습니다. 글 쓰는 작가들의 까페가 이러니……. 건강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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