雜記/이 생각 저 생각

The Straight Story

펜과잉크 2008. 1. 7. 23:24
 


 




며칠 전 EBS-TV 영화 프로그램을 통하여『The Straight Story』를 감상했습니다. 한 마디로 감동이었습니다. 리차드 판스워드와 씨씨 스페이식이 열연한 이 영화에선 단연 리차드 판스워드의 연기가 압권입니다. 영화를 보며 깊은 감명을 받았습니다. 

앨빈 스트레이트(1920-1996)로 분(扮)한 리차드 판스워드가 아이오와 주(州 )에서 트랙터를 몰고 위스콘신에 거주하는 형을 찾아 떠나는 영화는 형제애라는 지극히 인간적인 화두(話頭) 외에도 머나먼 여정에서 경험하게 되는 단면들을 그 때마다 독립된 하나의 스토리로 담아 보는 이로 하여금 큰 감동을 받기에 충분했습니다. 영화의 섬세함도 인상 깊었습니다. 

가령 늙은 앨빈 스트레이트가 노숙을 하면서 모닥불 가에 앉아 커피를 마실 때의 장면은 실감 나는 연기 차원을 넘어 극적이기까지 했습니다. 커피 마실 때의 콧물소리 같은 아주 미세한 부분까지도 놓치지 않고 클로즈업 한 제작진의 감각이 높이 평가 되더군요. 

마침내 앨빈 스트레이트는 위스콘신의 형님을 찾아가게 되는데요. 아우보다 늙은 형은 조그만 오두막집에서 병든 채 홀로 살고 있었습니다. 두 사람은 10년 세월의 간극을 넘어 상봉하게 되고, 여기서 카메라 앵글은 잠시 앨빈 스트레이트가 운전하고 온 낡은 트랙터-잔디깎이를 개조해 만든-에 가서 멎습니다. 그리고 두 사람이 밤새 이야기꽃을 피운다는 의미를 상징하기 위해 밤하늘에 핀 무수한 은하를 보여주지요. 

잠시 다른 각도로 짚어 보면, 아마도 노령이 되면 인간의 심성이 어릴 적으로 회귀하지 않나 하는 의구심이 입니다. 흔히 심리학적 측면에서 역설하길 길을 잃은 아이는 울면서 똑바로 앞만 보고 걷는다고 합니다. 그리하여 아이가 걸어간 방향으로 곧장 따라가면 찾을 확률이 높다는 거지요. 어쩌면 앨빈 스트레이트도 형님이 사는 머나 먼 위스콘신을 향해 앞만 보고 똑바로 나아갔는지도 모릅니다. 

영화는 단순히 늙은 앨빈 스트레이트가 트랙터를 몰고 아이오와 주를 출발하여 위스콘신에 사는 형님을 찾아간다는 실화 차원을 넘어 실로 많은 걸 생각하게 해줍니다. 그것은 바로 형제간의 정입니다. 저는 영화 엔딩 후의 정적 속에서 인상 깊었던 장면들을 떠올리며 멀리 사는 아우들을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비록 지금은 흩어져 살지만 한 곳에서 자라던 시절의 뜨거웠던 형제애만큼은 변치 말아야겠다는 각오를 새삼 다지게 되었습니다. 오랫동안 잊지 못할『The Straight Story』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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