雜記/이 생각 저 생각

숲속의 생활

펜과잉크 2008. 1. 9. 17:56
 




헨리 데이비드 소로우(Henry David Thorow)의『Walden』은 인디언들의 삶에 대해서도 논하는 바, 다름 아닌 인디언들이 숙소로 쓰는 천막에 대한 부분입니다. 그들은 우리의 인식을 뛰어 넘어 천막 하나로 황량한 벌판의 추위 속에서 끄떡없이 살아갑니다. 헨리 데이비드 소로우는 그를 두고 ‘천막에 사는 인디언들이 얼어 죽었다는 말을 듣지 못했다’고 합니다. 영화『늑대와 함께 춤을』에도 눈밭에 쳐진 인디언들의 천막촌이 나옵니다. 


작년에 아들과 함께 감상했던『브로크백 마운틴』도 기억나네요. 양치기 에니스(히스 레저)와 잭(제이크 질렌홀)이 텐트 하나로 눈보라에 맞서는 장면이 나옵니다. 라이너도 없는 텐트 안에서 차가운 밤공기를 이기지 못해 온 몸을 굼벵이처럼 웅크린 에니스의 모습이 안쓰럽지만 그로 인해 천막에 의존하여 살아가는 그들만의 삶이 불편하지 않다는 걸 잘 알 수 있습니다.  


어제 서울 사는 어느 분이 전화를 걸어와 오토캠핑에 대하여 서로 적지 않은 질문을 해오더군요. 그 분의 궁금증은 밤에 자는 문제였습니다. 사실 겨울 텐트 안에서의 숙식문제는 일반 가정에서의 그것과는 다릅니다. 겨울 야영에서 가장 대두되는 게 텐트 안의 보온성 여부입니다. 큰 관건이지요. 하지만 방법이 있습니다.


흔히 텐트 하나로 사계절을 버티는 사람이 있는데, 아무래도 동계용 텐트를 따로 준비하는 게 적절하지 않나 싶습니다. 자연히 텐트 안쪽에 세팅하는 라이너를 언급하지 않을 수 없는데요. 라이너는 겨울철 방한 효과뿐 아니라 여름철 방열 효과도 있지요. 그렇다고 거기서 어떤 최상의 효과를 노리자는 것은 아닙니다. 간편한 기능만으로 주어진 효과를 충분히 누리면 될 테니까요.


아무튼 라이너가 부착된 동계용 텐트를 염두에 두고 설명하자면, 삼경 무렵 잠을 청하기 전에 모닥불로 데운 돌들을 텐트 안에 들여놓는 것입니다. 모닥불로 돌을 데우는 방법에 의문을 제기하는 분이 있는데요. 간단한 상식입니다. 일단의 돌을 둘러 쌓아놓고 모닥불을 피우면 맨 땅에 피운 모닥불보다 훨씬 큰 효과를 누릴 수 있습니다. 뜨거운 돌에서 발산해내는 열기가 대단하거든요. 잠자리에 들기 전 그 돌들을 텐트 안에 들여놓으면 의외의 보온 효과를 얻을 수 있습니다. 그런대로 몇 시간을 포근히 잘 수 있다는 결론입니다. 


요즘 출시되는 램프나 스토브 중 휴대용 가스를 사용하는 제품을 논하는 분이 있는데 그리 권장하고 싶지 않은 것들입니다. 제한된 공간에서 가스를 태우는 방식의 램프나 스토브는 이산화탄소를 증가시켜 결과적으로 건강에 해를 일으키기 때문입니다. 일반적인 것 같지만 결코 간과할 수 없는 문제입니다. 신선한 공기가 제공되는 숲 속에서까지 오염된 공기를 호흡할 수는 없지요.


언젠가 모 공중파 방송에서 산중 목초지에서 가축들과 살아가는 국내의 한 목동에 대해 보여준 적이 있습니다. 그는 특수부대 출신으로 군 시절 훈련을 통해 얻은 노하우로 잠을 잔다고 합니다. 초저녁부터 커다란 돌을 모닥불 가에 놓아 달군(데운) 다음 그 돌과 함께 자는 것입니다. 처음엔 돌 옆에서 자다가 점점 가까이 다가가 나중엔 꼭 끌어안고 잔다는 설명이었습니다. 도시인의 상식으로 불가능할 것 같은 숲속의 삶을 그는 커다란 돌 하나로 해결하고 있는 셈입니다.


제 주변에 약관 시절 양봉업자 친척을 따라 강원도 인제군 북면 원통리 근처 숲속에서 며칠을 체류한 친구가 있습니다. 막역지간인 그는 그 텐트 안에서의 삶에 대해 아주 특별한 경험담으로 꾸며 들려주기도 했습니다. 친구의 말을 들으며 속으로 부러운 마음이 일었는데요. 숲속의 고요한 밤하늘에 핀 무수한 은하를 그려보며 한 번 가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삶의 질은 지극히 간단하거나 평범하게 유지될 수도 있습니다. 주어진 환경에 어떻게 적응하느냐에 따라 달라지겠지요. 우리의 삶이 단순히 먹고 자는 문제에 그치는 게 아니라면 쳇바퀴 같은 궤도에서 벗어나 마음껏 자유를 누려볼 가치가 있다고 믿습니다. 그렇다면 결국 ‘숲속의 생활’은 우리가 또 다른 방법으로 삶의 가치를 꾀하는 수단이 될 것입니다.


글을 끝내면서 매듭지을 부분이 있습니다. 전자의 영화『브로크백 마운틴』이 1960대 초․중반의 미국 와이오밍을 배경으로 했지요. 영화 초반 화면에 나옵니다. 며칠 전에 쓴 로드무비『The Straight Story』배경은 아이오와 주부터 시작합니다.『브로크백 마운틴』의 에니스가 언덕에서 늑대를 감시할 때 입은 자켓이 정통 ‘LEE’ 상표의 가죽(leather) 제품이었지요. 이베이(ebay)에서 구제품으로 $27에 낙찰 받았다가 셀러(seller)의 변심에 의해 수포로 돌아간 경험이 있습니다만….


요즘 미 대통령 선거에서 힐러리와 접전하면서 약진의 바람을 일으키고 있는 오바마도 아이오와 주와 관련이 있는 것 같더군요. 참고로 브로크백 마운틴은 존재하지 않는 지명이라 들었습니다. 맞지요? 퓰리처상 수상작가 애니 프루의 단편집『Close Range : Wyoming Stories』에 수록된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했다는 정도로만…. 문득 밤하늘에 핀 무수한 은하가 그려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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