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 들판에 푸릇푸릇 싹이 돋을 철입니다. 냇가 버들가지도 물이 올랐겠지요? 과거엔 퇴비장 가득 쌓인 거름 퍼내느라 바빴는데 요즘은 그런 풍경을 일절 볼 수가 없습니다. 가축이 없으니까요. 옛날엔 농가에 개 돼지 소 염소가 많았거든요. 닭은 기본이었고요. 양지에 매어놓은 숫말의 하복부로 어른 팔뚝보다 굵고 길쭉한 게 늘어져 아이들이 눈요깃감으로 갖고 논 적도 있습니다. 말이 성질 나면 뒷말로 붕 떠서 차버려요. 한 방 맞으면 날아갑니다. 입으로도 막 물고요. 그러거니 봄은 오고 대지는 푸른 싹들로 가득합니다. 바람이 청보리 고랑에 파도를 일으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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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인천문협
글쓴이 : 류종호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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