벚나무 열매를 버찌라 합니다. 시골에서는 별미였어요. 버찌, 오디, 찔레, 갓순, 갓뿌랭이, 배추꽁댕이, 상추대가리, 수숫대, 무... 못 먹는 게 없었습니다. 칡순도 먹었습니다. 새순을 꺾어 껍데기 벗긴 후 으적으적 씹어 먹었던 겁니다. 유월 한 철엔 옆구리 벌어진 살구도 있었고요. 개복사도 슬슬 익어갔습니다. 아까 나열한 오디는 뽕나무 가지에 붙어 애멸구 쫓아가며 따먹었는데 참 달콤했습니다. 오디를 양껏 먹고 취해서 비틀거리는 아이도 있었지요. 어떤 애는 두렁길로 못가고 저수지로 빠지더라고요. 칠칠맞은 애들이 있었습니다.
이 새벽 홀로 있으니 이런저런 상념에 잠겨드네요. 잠시 후 네 시가 되면 고향집 아버지 기상하실 시간입니다. 담배를 피우시며 거실 한 쪽 오래된 전축에 도롯도 테이프를 틀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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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인천문인협회
글쓴이 : 류종호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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