雜記/Pen 혹은 文學

덕적도 워크숍에 다녀와서

펜과잉크 2008. 6. 16. 14:27

 

 

 




인터넷이 발달하여 ‘까페’라는 장치가 생기니 좋긴 좋네요. 과거엔 여행을 다녀와서도 후기를 올릴만한 공간이 없었습니다. 그저 마음속으로 간직하거나 다른 형식의 기행문을 공유할 수밖에 없었지요. 물론 제 글이 체계적인 기행문 틀을 갖춘 건 아닙니다. 그 점을 염두에 두고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참고로 인천문협 까페는 최초 수필분과 김묘진 선생님이 개설하셨으며 저는 운영자 중 한 사람에 지나지 않습니다.


덕적도에서 돌아온 지도 이틀이 지났군요. 눈 깜짝할 새 흘렀습니다. 시간이 갈수록 그날의 일들도 서서히 기억에서 퇴색해가겠지요. 하지만 아직은 꿈을 꾼 듯 환(幻)의 여운이 뇌를 자극하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섬으로의 여행이 세 번째인데요. 공교롭게도 두 번은 인천문협 행사에 의해서입니다. 무의도 행사가 열린 적이 있거든요. 무의도 행사는 숙박이 아니어서 당일 배로 와야만 했습니다. 그래서인지 이번 덕적도 모임은 하나하나 놓치고 싶지 않은 것뿐입니다.


덕적도는 수령이 많은 해송 군락지가 인상적이더군요. 특히 축사(畜舍) 시설이 없다는 게 마음에 들었습니다. 축사는 단순히 오폐수만을 배출하진 않습니다. 축사 한 동이 들어서면 곧바로 파리 떼가 우글거립니다. 파리는 반경 수 킬로를 날아다니며 인간의 생활공간까지 넘봅니다. 지명을 특정지어 죄송하지만 초지대교 건너 강화도 내륙으로 들어서면 곳곳에 가축의 시설들이 눈에 띱니다. 현용되는 축사는 그런대로 주인의 관리가 따르지만 여기 저기 폐가로 남은 시설을 보면 흉물스럽기 짝이 없습니다. 구멍 난 지붕의 철책, 뜯겨진 벽의 골조, 방치된 정화조와 바람에 펄럭이는 비닐 따위들…. 그런 것은 모두 자연환경의 위해요소들입니다. 그런데 덕적도엔 그런 게 없었어요. 주민들이 자치적으로 섬을 관리해가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옹진군 나름대로 혐오시설에 대한 허가를 내주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서포리해수욕장과 밧지름해수욕장처럼 피서객이 몰리는 곳에 화장실과 수도시설을 완비해놓은 점도 마음에 들었습니다. 샤워를 할 수 있는 시설도 있더군요. 화장실이 더럽고 지저분하면 똥은커녕 괄약근이 오그라들어 일발 장전조차 힘듭니다. 일례로 가평에 갔다가 간이화장실에 들어간 적이 있는데요. 정말 더럽더군요. 변기 속을 내려다보지 않으려 시선을 돌렸으나 후각을 마비시키는 악취마저 피할 순 없었습니다. 그게 어디 화장실입니까? 나중에 가평군에 전화로 묻자 상수원 보호구역이라 정화조 묻는 시설을 허가 낼 수 없다는 답변이었습니다.

'그래도 그렇지, 이동식 화장실을 그렇게 밖에 관리 못하냐? 돼지들아.'

 

잠시 빗나갔습니다만 덕적도 해변에선 한낱 기우일 뿐이었습니다. 밧지름해수욕장 공중화장실에 들린 적이 있는데요. 참 깨끗하더군요. 좌변기도 갖춰져 있고, 모든 시설이 정상으로 작동됐습니다. 이러한 예는 서포리해수욕장에서도 경험한 바 있습니다. 그 정도로 관리되면 A급으로 평가할 만해요. 안 그렇습니까?


워크숍 당일 밤, 술을 과음한 탓으로 김석렬 시인과 늦잠을 자느라 아침 산행에 합류하지 못한 게 아쉽습니다. 김윤식 회장님과 201호 방실에서 헤어진 게 새벽 네 시가 넘은 시각으로 아는데요. 김석렬 시인은 다섯 시라 하더군요. 아무튼 그 경(頃)에 숙소로 와서 늘어지게 잤습니다. 오전 열한 시경 웬 떨이급(級) 여행객들이 시끄러 대는 통에 두 사람 모두 눈을 뜨고 엉금엉금 샤워를 했지요.


그런데 그 사람들 정말 시끄럽더군요. 꼴은 어디 육간 고기치는 사내들에 채석장 돌 고르다 굴러온 계집들처럼 생겨가지고 매너와 에티켓마저 ‘똥’이었습니다. 짐을 내리면서 떠들기 시작하더니 식탁에 도열해 앉아서까지 기세가 꺾일 줄 모르더군요. 남을 전혀 배려치 않는 행실들이 한심해보였습니다. 무식하면 용감해진다고, 웃음소리까지 어쩌면 그리도 천박하게 들리는지…. 여자가 아무리 우스워도 적당한 톤으로 웃다가 얼른 입을 닫을 노릇이지, 얼빠진 등신처럼 사정없이 웃어 제치는 겁니다. 재수 없어! 초등학교 동창생들끼리 왔다면서 그렇게도 좋을까요?

  

일정에 따라 후기를 써주실 분이 계실 줄 믿고 이것으로 제 글을 마칩니다. 생각나면 또 쓸게요. 저는 친환경적, 친도덕적 측면에서 썼으니 ‘인천문협 덕적도 워크숍’ 성격에 맞는 글을 기대합니다. 아무쪼록 인천문협 회원들의 문운과 댁내 평안을 기원합니다. 덕적도의 발전과 주민들의 평안도요. 끝으로 저희를 안내해주신 <바다사랑> 펜션 조복만 사장님께 감사드립니다. 여성의 몸으로 스틱 차량 운전을 아주 잘하시더군요. 급경사 내리막길에서 엔진브레이크 기능을 활용하시는 걸 보고 알았습니다. 건강하세요.




                     이미지를 클릭하면 원본을 보실 수 있습니다.

                     * 밧지름 해수욕장 : 글마니 선생님 사진에서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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