雜記/이 생각 저 생각

[스크랩] 낙뢰

펜과잉크 2008. 7. 5. 10:26

 

 

 

 

누군 호랑이가 무섭다 하고, 누군 사람이 무섭다 하고, 또 누군 순사가 무섭다 하고, 가령 마누라 무섭다 하는 놈도 있지만, 나는 번개가 제일 무섭다. '번개=벼락' 말이다. 번개가 치면 집안에 있으면서도 수 백만볼트 전류가 정수리를 따악 때릴 것만 같다. 그 순간만은 별 잡념 다 떠오로는 것이다. 어릴 적 보리밭에 돌을 던져 닭을 나동그라지게 만든 일까지도...

 

군대 갔다 온 사람들은 알 것이다. 산악행군이 주로 능선을 따라 이동한다는 것을. 되똥한 지형을 이동하다가 번개를 만나면 그렇게 초조할 수 없었다. 속으로 간절히 빌었다. 특히 작전을 목적으로 이동하게 되는 상황에서 번개를 만나면 극도의 불안에 휩싸였다.

"하나님, 부처님, 부모님, 살펴주소서. 지금 번개가 치고 있습니다. 전우들마다 총을 메고 있습니다. 총렬 끝 쇠붙이로 번개 한 방 꽂히면 끝장입니다. 또 각자의 군장엔 수류탄도 몇 발씩 있습니다. 크레모아를 수령 받은 전우도 있습니다. 그거 터지면 다 죽습니다."

그 순간에도 번개가 세로꽂히며 뇌성이 지축을 울렸다. 번개는 정말 무서웠다. 언제 우릴 덮칠지 모르기 때문에...

 

1982년 2월 5일, 전두환 대통령 제주 순방 대비 경호 목적의 공수부대원 53명을 태운 수송기가 한라산 중턱에 추락한 사고가 있었다. 전원 산화했다. 구조요원들의 목격담에 의하면 사체 수습에 큰 어려움이 따랐다 한다. 당시 군인들에게 수류탄 네 발씩 지급되었는데 기체가 충돌하며 동시다발 폭발을 일으켜 그야말로 아무 것도 온전한 게 없었다는 것이다.

 

번개 치는 날, 산행하는 분들은 '번개=벼락'을 조심해야 한다. 목걸이나 팔찌도 삼가하는 게 좋다. 목걸이 걸치고 골프공 때리다가 필드에서 번개 맞아 뻗은 사례도 있지 않던가. 번개 치는 날은 되똥한 지대를 피해야 한다. 번개는 가로 치는 것보다 세로 꽂히는 쪽이 훨씬 위력적으로 알려져 있다. 작년에도 북한산 산행하던 사람들이 벼락을 맞고 십 수미터씩 날아간 일이 있었다. 피하는 게 상책이다.

 

 

 

 

 

출처 : 인천문인협회
글쓴이 : 류종호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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