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의 일입니다. 일산 갔다가 로또복권을 샀습니다. 고이 접어 담배갑에 넣었지요. 담배를 끊지 않았을 때입니다. 아마 로또복권 초기로 믿어집니다. 복권 두 장을 잘 접어 담배갑에 보관했습니다. 복권 추첨 토요일 당일이었습니다.
그런데 커피숍 들렀다가 담배를 테이블에 놓고 나왔습니다. 사람을 신촌에 데려다 준 후에 알게 됐지요. 담배 한 대 피우려 찾으니 없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그냥 인천으로 내려오려 서강대교를 건넜습니다. 담배는 다시 사면 되고 복권도 뭐...
막상 문제는 그 후부터였습니다. 일산 커피숍에 놓고 온 담배, 아니 로또복권이 자꾸만 걸리는 게 아닙니까?
'음, 복권 두 장이 문제 아니야. 그 두 장 중에 1등이 있을 수 있어. 1등이면 얼마냐? 20억? 30억? 40억?...'
액수는 자꾸 올라갔습니다. 100억...
그렇습니다. 어쩌면 100억원 짜리 복권일지도 모른다는 미련이 발목을 잡는 것이었습니다. 서강대교 건너 여의도 국회의사당을 지나오는 데에만 오만 잡념이 빗발치더군요. 그리하여 마침내 영등포구청 지난 지점에서 우회전을 하기에 이르렀습니다. 양화대교 건너 일산의 커피숍까지 찾아간 것입니다.
커피숍 들러 종업원에게 담배 얘기를 하자, 마침 잘 보관해 놓았다면서 제가 흘린 그 담배를 내어주는 게 아닙니까? 정말 다행이었습니다. 담배를 받는 순간 살짝 뚜껑을 열어 내용물을 확인했지요. 복권 두 장이 그대로 들어 있었습니다.
인천으로 오는 동안 저는 다음과 같은 상상을 했습니다.
'30억원짜리만 당첨 돼라. 당장 사표 내고 고향으로 간다. 부모님께 얼마 드리고, 형제들에게도 나눠 줘야지... 음, 이번엔 뭔가 될 거 같아!'
실로 많은 생각을 했습니다. 근데 막상 돈을 나눠 주려니 걸리는 사람들이 왜 그리도 많은지요? 그 부분이 가장 괴롭더군요. 마을회관에도 얼마 내놓아야 하고, 이웃들께도 조금씩 드리고 싶었습니다. 거기까지 미치자 과거 은사님들이 죽 떠오르는 겁니다. 은사님들 뿐인가요? 고향 선배, 군대 전우, 직장 후배...
마침내 저는 인터넷을 검색하여 로또복권 당첨번호를 확인했습니다. 결과는 뻥(0)이었어요. 기본 등수에도 당첨되지 않았습니다. 그제서야 제 상상이 무모했음을 자각했지요. 한낱 허황된 상상 말입니다. 영등포에서 양화대교 건너 강변북로를 달려 일산 커피숍까지 들렀다 온 걸 계산하니 승용차 기름값이 아까웠습니다.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습니다. 제 어렸을 때 꿈이 어른 되어 자가용 한 대 모는 거였어요. 그런데 지금은 소박한 꿈의 정도를 넘어 제팟의 요행을 바라는 몸이 되었습니다. 물론 요즘도 매주 복권을 구입합니다. 30억원 정도 당첨되면 사표 내고 고향으로 가려고요.
에, 오는 6월 13일 덕적도 출발을 앞두고 개인적인 의견을 말해볼까 합니다. 긴 팔 옷 하나쯤은 준비하시는 게 좋을 듯 싶습니다. 섬은 육지와 다릅니다. 밤엔 한기마저 느껴질 것입니다. 세면도구도 필요합니다. 저는 배낭에 후레쉬, 고무 베개, 수통, 우의까지 준비했습니다. 아무쪼록 다들 기억에 남는 덕적도 여행이 되길 바랍니다. 근데 덕적도에도 로또복권 파는 데가 있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