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조선일보 지면에 실린 '한국인 애송 동시 38번째' 작품 권오순 선생님의 <구슬비>를 보면서 많은 생각을 했습니다. 문학평론가 신수정 씨의 해설에는 그 분이 황해도 출신으로 평생 미혼으로 사셨다는 것만 논했습니다. 글을 읽으며 언젠가 TV 브라운관에서 인터뷰에 응하시며 눈물 짓던 권오순 선생님의 모습이 떠올랐습니다. 그 때 선생님은 '처녀'로 사는 이유에 대해 묻는 기자의 질문에 다음과 같이 말씀하셨지요. "저는 원래 북에서 태어났습니다. 평양으로 유학 나가 공부하면서 멋진 남학생을 만났지요. 6. 25 전쟁이 터지면서 제가 남쪽으로 피난을 오게 되었는데 그때 우리 두 사람은 다시 만날 것을 굳게 약속했습니다. 통일이 되면 저는 꼭 그 남학생을 만날 것입니다." 당시 많은 시청자들이 선생님 말씀에 숙연했으리라 믿습니다.
하지만 선생님은 조국 통일을 보지 못하고 세상을 떠나셨습니다. 어쩌면 선생님은 이승에서 재회하지 못한 사랑을 천국에서 마음껏 누리고 계실지도 모릅니다. 세 살 때부터 앓은 소아마비 육신을 사랑해준 멋진 그 남학생과 말입니다.
* 인천문협 류종호
구 슬 비 권오순
송알송알 싸리잎에 은구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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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인천문인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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