雜記/이 생각 저 생각

주법(酒法)

펜과잉크 2008. 8. 20. 11:37

 

 

 

 

남자든 여자든 술에 지배를 받는 사람을 보면 거리감이 느껴진다. 원래 술을 좋아하지 않는 성격 탓도 있으리라. 술은 그저 적당히 마시는 게 좋다. '적당히'란 표현이 애매하지만 각기 주량이 다를 것이므로 알아서 조절하면 될 것이다.

 

시인 한 사람과 어울린 적이 있다. 여성이었다. 여성 작가들이 '여류'라는 말을 싫어한다 해서 굳이 '여성'이라고 밝힌다. 그녀는 술을 좋아했다. 아울러 술 마시면 주사가 따랐다. 그녀의 주법은 술 마시고 노래방 들러 꼭 흔들어야 직성이 풀렸다. 처음엔 '술 한 잔 간단히'였지만 막상 만나면 2차 혹은 3차까지 이어졌다. 자연히 늦은 밤까지 있게 되니 여간 불안한 게 아니었다. 다름 아닌 아내 때문이었다. 아내가 잠들기 전에 귀가하고 싶은데 그 시인은 남의 사정은 아랑곳 없이 자신의 여흥에만 몰두했다. 시계를 쳐다보면 마치 매너에 어긋나는 식으로 몰아부쳐 그녀가 보는 앞에선 시간 체크조차 난감했다. 지금 생각하면 그녀의 독선이 심하지 않았나 싶다.

 

가정이 있는 사람은 어디 가서 늦게 있기가 불안하다. 가족들에게 미안하고, 아무 때에나 전화를 걸어 '여보, 내 걱정 말고 자. 조금 있다가 들어갈게'하는 식의 말도 어색할 뿐이다. 집에서야 당연히 일찍 들어오길 바라지 않겠는가.

 

한번은 그녀와 지하 노래방에 갔다가 휴대폰이 터지지 않는 바람에 집에 와서 아내한테 얼마나 원망을 들었는지 모른다. 나 역시 죄스러웠다. 그래 그 후로 그 시인을 멀리하기 시작했다. 술주정도 처음엔 귀엽더니 두 세 번 반복되자 왜 그리 천박하던지... 넘치면 모자람 못하다는 말이 그런 걸 염두에 두지 않았나 싶다.

 

술도 담배도 남을 배려하는 선상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싫다는 술을 자꾸 권하는 것도 비신사적인 행위다. 니미, 그토록 좋은 술이면 혼자 다 마시지 왜 남한테 권하냐?

 

'글쓰는 사람이 담배도 안 피워요?'

하며 담배 피우지 않는 걸 죄악시하는 뉘앙스로 말하는 이도 있다. 담배가 좋으면 혼자 열심히 피워라. 나도 한때는 하루 2-3갑을 피워대는 골초였다. 하지만 백해무익하다는 걸 알고 8년 전에 끊었다. 그래도 글은 써지더라. 담배를 끊으면 인생이 달라진다. 경험이다. 주법을 논하는 글에 담배 얘기가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