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님은 먼 곳에』 를 봤습니다. 역시 음악 하나는 들을만 하더군요. 신중현 씨의 음악들, 물론 '울렁울렁 울렁대는 가슴 안고 연락선을 타고 가면 울릉도라 '로 진행되는 『울릉도 트위스트』는 다른 흐름이 되겠습니다만….
중반을 넘어설 때까지도 여주인공 순이가 대단하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남편을 찾겠다는 일념으로 월남까지 가니까요. 중간 스토리는 생략하고요. 남편 박상길이 배치된 곳이 전투지역이라는 미군 중령의 말에 몸을 주면서 허락을 받아내는 장면에서 순이에 대한 모든 기대가 허물어지더군요. 그 장면을 꼭 설정해야 했는지…. 많이 안타까웠습니다. 더러운 미군 놈에게 몸을 주다니 말입니다. 천승세 님의 『黃狗의 悲鳴』을 읽을 때 느꼈던 분노, 적개심, 역겨움 같은 것들이 다시 찾아왔습니다.
결국 전투지역까지 가서 남편을 만나지만 더 이상의 극적인 스토리를 기대하기 힘든 종영 부분도 머리를 혼란스럽게 했습니다. 남편에 대한 사랑이 그토록 컸다면 양키놈에게 몸은 왜 줍니까? 사랑하지 않는다면 월남까지 간 이유가 뭐죠? 그러면서까지 남편을 만나야 했던 이유 말입니다.
이 영화에서 오래도록 남을 부분은 음악입니다. 생음악 칼라가 좋았거든요. 정진영이 불었던 태너 색소폰이 당시 유행한 SELMER-Mark 6 모델이라는 점에 흥미가 일었습니다. 내용에선 별 무게감을 못 느꼈어요. 일관성도 떨어지고요. 반면 정진영과 주진모의 연기가 기억에 남을 것 같습니다. 이건 어디까지 제 개인적인 입장일뿐 대개의 사람들은 호평을 아끼지 않는 걸로 압니다. 저는 당시의 군복과 장비 재현까지 고증적 시각으로 봤기 때문에 그런 면에서 아쉬웠던 점들까지 포함하는 거고요. 영화 속의 계급장, 대위의 명패 등이 70년대 후반이나 80년대에 바뀐 것들이 등장한다든가 말입니다. 또 순이가 미군 중령에게 몸을 팔아 남편의 전투지역으로 이동하는 과정에서 우리나라 중령이 헬기에 동승하는 부분도 이치에 맞지 않습니다. 그때나 지금이나 중령이면 대대장입니다. 참모를 비롯한 부하들이 많은 보직이지요. 그런 대대장이 일개 사병의 처를 태우고 전투지역까지 날아갑니까?
영화 감상평을 써보지 않아 글이 매끄럽지 않은 점 이해하시고요. 참고로, 파월용사들은 국내 부대와는 달리 얼차려 등의 가혹행위가 심하지 않았다는 말이 있습니다. 개인화기 지급으로 자체사고를 우려했던 때문이지요. 울컥했던 적이 두 번 있는데요. 순이 일행이 『울릉도 트위스트』를 노래할 때와 『간다고 하지 마오』를 열창할 때입니다. 모든 장병들이 한데 뒤엉켜 춤을 추는 장면 말입니다. 역시 군인들 사기엔 위문 공연이 최고입니다. 끝으로, 패티 김 씨 자서전에서 월남 공연 중 일화를 적은 부분이 생각나네요. 길옥윤 씨와의 신혼시절 말입니다. 파월용사 위문 공연을 갔을 때 부대로 이동하는 과정에서 헬기가 Z형으로 날아가 죽는 줄 알았답니다. 월맹군의 공격을 우려하여 불규칙 운행을 했다 하더군요. 김추자, 김세레나, 윤복희 씨 뿐 아니라 이봉조, 현미 같은 연예인들도 파월용사 공연단의 주 멤버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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