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글에선가 백석이 청년 시절 달개비꽃으로 즙을 내어 잉크 대신 편지를 썼다는 일화를 감명 깊이 읽은 기억이 난다. 바로 최정희에게 보낸 연서였다. 아마도 최정희가 김동환과 결혼하기 이전의 일이 아닌가 싶다.
오늘 수봉문화회관에 있는 인천문협 사무실에 다녀오다가 수봉공원 언덕에 핀 달개비꽃을 보았다. 문득 백석 시인의 청년 시절의 일화가 떠올라 나도 한 번 달개비꽃물로 글을 써 봐야겠다는 생각을 하기에 이르렀다.
그리하여 풀섶을 뒤져 꽃을 찾기 시작했다. 꽃잎은 보라색보다는 연청색에 가까웠다. 잉크로 말하면 로얄블루쪽이었다. 꽃잎을 조심스레 따서 준비해간 편지 봉투에 담았다.
*수봉공원 언덕의 달개비꽃
시간이 없어 꽃을 충분히 따지 못했다. 하지만 저것도 한 시간 가까이 딴 것이다. 무척 속도가 느린 작업이었다.
* 꽃이피리 분류
접시에 미지근한 물을 조금 따라 달개비꽃을 담궜다. 금세 꽃잎에서 푸른 물이 배어나왔다. 빈 잉크병을 깨끗이 닦아 즙을 걸러 받을 준비를 했다.
* 달개비꽃물
거름종이 대신 명주천을 이용했다. 잉크병 위에 잘 설치해놓고 접시의 물을 따르니 확 번졌다. 하지만 대부분은 잉크병 아래로 걸러 떨었졌다.
* 꽃물을 걸러내는 작업
* 달개비꽃물 잉크
자, 이제 글을 쓰는 것이다. 순간 묘한 흥분이 일었다. 어떤 색일까? 펜으로 찍어 종이에 놀리자 푸른 잉크 글씨가 써지는 것이었다. 글씨 색깔은 로얄블루보다 블루블랙에 가까웠다.
* 달개비꽃물 잉크 글씨
'雜記 > 이 생각 저 생각' 카테고리의 다른 글
딸의 글에서 (0) | 2008.08.28 |
---|---|
백색(白石)의 편지 (0) | 2008.08.27 |
[스크랩] 마음이 예뻐지는 글 (0) | 2008.08.22 |
주법(酒法) (0) | 2008.08.20 |
[스크랩] 하계휴가 (0) | 2008.08.0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