雜記/Pen 혹은 文學

인천문협 2009년 하계 워크숍

펜과잉크 2009. 6. 14. 02:37

 

 

 

 

 

 

 

 

인천문협 2009년 자월도 워크숍이 끝났습니다. 항상 그렇지만 지나고 나면 왜 이리 아쉬운지 모르겠어요. 그 날 그 순간 거기 함께 했던 사람들 얼굴이 죽 떠오르며 누구 하나 아쉽지 않은 이가 없습니다. 그러면서 '그는 집에 잘 갔을까?' '그녀는 또 여전히 생활하고 있을까 ?'하며 궁금해지지요. 이것도 일종의 병인지 모릅니다.

 

인천문협 2009년 자월도 워크숍 일정은 6월 12일(금)부터 당월 13일(토)까지 이틀간이었습니다. 지금 생각하니 일정을 아주 잘 잡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차를 가지고 간 저는 나올 때를 대비하지 않을 수 없는 처지였는데요, 현지 관계자 말을 들으니 지난 주에 들어왔던 차 중 미처 섬을 빠져 나가지 못하고 묶여있는 차량이 있다는 것입니다. 배편이 한정되어 어쩔 수 없다는 설명이었습니다. 그 같은 경우 사람만 나갔다가 나중에 다시 차를 회수하러 온다 하더군요. 차량은 선착순이므로 여객선 출항 훨씬 전에 선착장 주차장에 대어놓아야 전자와 같은 번거로움에서 자유로울 수 있습니다. 

 

저는 11일부터 휴일이었으므로 10일 저녁 차에 각종 장비를 실었지요. 야영 도구들 말입니다. 자월도에 들어가 루어낚시를 하다가 백사장에 텐트 치고 하룻밤을 잔 뒤 12일 아침 선착장에서 회원들과 만나기로 계획을 잡았습니다.

 

 

 

11일 아침 8시 정각 인천연안부두를 출발한 자월도행 여객선에 올라 인천대교를 지나면서

 

 

 

 

 

바다 위에서 보는 송도 신도시는 '한국의 두바이'란 명성에 걸맞게 하늘로 쭉쭉 솟는 중이었습니다. 인천대교가 완공되면 개인적으로도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며칠 간격으로 인천공항을 이용하는 문제 때문에 기대가 크거든요. 문제는 바람찬 날의 운전입니다. 이는 서해대교를 건너본 운전자들이라면 이해하실 것입니다. 

 

자월도에 도착하여 선착장에서 차량으로 2-3분 거리에 있는 장골해수욕장으로 향했습니다. 해안도로가 있었으나 도로 확장공사로 차량 통행이 허용되지 않아 반대편 언덕길을 경유했습니다. 오전 10시 경 해송에 해먹을 걸고 침낭을 곁들인 후 잠을 청했는데 세 시간 가량 자다가 깨었습니다. 한기 때문이었습니다. 바닷바람이 의외로 차더군요. 등짝이 시려 잠을 잘 수 없었어요.

 

 

 

장골해수욕장 해송에 설치한 그물식 해먹

 

 

 

 

 

 

인근 팬션 겸 슈퍼에 가서 점심을 시켜 먹었습니다. 저만치 창 밖 갯벌에서 바지락 잡는 사람들이 보여 주인에게 여쭈니 호미와 장화를 각 1천원, 1천5백원에 대여해준다기에 수저를 놓고 갯벌로 나갔습니다. 생전 처음 해보는 바지락잡이었습니다. 호미로 갯벌을 살짝 긁으니 실물이 나오더군요. 여기저기 흔했습니다.

 

 

장골해수욕장 해변에서 바라본 거북이섬. 거북이가 바다를 향해 기어가는 형상이라 함.

 

 

 

 

 

하지만 곧 철수해야 했습니다. 물이 들어오고 있었으니까요. 아울러 인천을 떠나올 때 루어낚시 장비를 싣고 온 상태였습니다. 떡바위라는 곳을 찾아가 광어 낚시를 할 참이었습니다. 그래 장비를 반납하고 차를 몰고 이정표 따라 고개를 넘었지요. 떡바위는 마을에서도 2킬로가량 산길을 지나야 했습니다. 비포장 도로를 통행한 타이어 자국이 선명했으나 저는 포기했습니다. 제 차가 사륜구동이긴 해도 차체가 지저분해지는 게 싫었습니다. 한때 정통 짚(Jeep) Wrangler 4.0L을 몰고 오프로드를 즐긴 경험이 있지만 우리나라 SUV(sports utility vehicle) 차량은 어딘가 불안한 구석이 있습니다. 외관을 지나치게 의식하는 문제도 한 몫 할 거구요. 떡바위에 닿는다 해도 광어나 우럭을 잡는다는 보장이 없다는 것도 의지가 꺾인 이유였습니다. 선착장으로 돌아와 낚시대를 드리웠지만 한 마리도 잡지 못했습니다. 바람이 점점 세어져 선착장으로 파도가 쳐들어오고 있었습니다. 

 

 

성난 파도의 선착장. 동해안엔 강풍주의보가 내렸다 함. 작은 어선은 피항하고 덕적도에서 인천 가는 여객선이 자월도에 들르기 위해 접근하고 있음.  

 

 

 

 

 

11일 밤,

장골해수욕장에 비박용 텐트를 쳤습니다. 제게 야영은 분명한 즐거움이지요. 텐트 안에서 자는 잠은 몸과 마음을 건강하게 합니다. 마침 비가 온다하여 설렘이 컸습니다. 텐트 위로 떨어지는 무수한 빗소리는 흥분을 동반하거든요. 강풍 때문에 텐트를 치는데 애를 먹었습니다. 그래도 노하우가 있어 곧 완성지을 수 있었습니다.

 

라디오로 아홉시 뉴스를 듣다가 잠이 들었습니다. 중간에 잠깐 깨어 라디오를 끄고 다시 침낭깃을 올렸지요. 삼경 무렵 비가 텐트를 때리기 시작했습니다. 점점 세기가 더하고 돌풍과 번개, 천둥이 몰아쳤습니다. 지척의 파도소리가 땅을 울리며 귓전을 엄습해왔어요. 결국은 일어났습니다. 번개와 천둥만큼은 질색이거든요. 군 시절, 되똥한 언덕 초소에서 꼼짝없이 당해야 했던 천둥 번개의 무섭던 기억이 되살아났습니다. 물론 초소가 낙뢰를 맞은 건 아니지만 말입니다. 

 

 

비박용 텐트

 

 

 

 

텐트엔 일종의 응급 장비가 있었습니다. 라디오, 소주, 안주, 군용 후레쉬, 군용 우의 등... 후라이가 깃발처럼 펄럭이더군요. 그렇다고 텐트를 걷을 마음은 전혀 없었으므로 소주를 몇 모금 삼키고 다시 잠을 청했습니다. 술김에 잠들면 천둥이든 벼락이든 들리겠습니까?

 

 

텐트 내부

 

 

 

 

12일,

아침 배로 인천문협 회원들이 도착했습니다. 50명 정도 예상했는데 막상 섬에 오신 분들은 30명이 채 안됐어요. 시기적으로 남북간 분위기가 어두운 데다가 금요일이란 점 때문에 인원이 적었던 것 같습니다. 금요일은 평일로 문학 관련 수업이나 세미나가 겹치는 걸로 압니다. 교단에 계신 분들의 수업도 그렇구요. 문광영 교수님도 강릉 세미나에 가셨다 하더군요. 

 

 

 

자월도에 입항 중인 쾌속정 '스마트'호. 인천문협 회원들이 승선. 바다가 거짓말처럼 조용해짐.

 

 

 

 

 

숙소는 오크벨리 팬션!

프랑스 르와르강변의 르네상스 건축양식을 닮았어요. 장골해수욕장이 내려다보이는 산중턱에 우뚝 솟은 건물입니다. 오후 네시부터 워크숍이 예정되어 있으므로 점심 식사 후 충분한 휴식을 취할 수 있었습니다. 다들 아침부터 서둘러 오셨기에 피곤하신 분들도 있는 것 같았습니다. 팬션 발코니에서 내려다 보니 바다가 한 눈에 들어왔습니다. 대이작도와 소이작도, 덕적도까지 볼 수 있었지요.

 

 

산책 나가시는 정이수 선생님.

 

 

 

김석렬 선생님과의 해변 산책. 우린 1961년 신축년 소띠 동갑임.  

 

 

 

 

 

오후 네 시!

인하대학교 이가림 교수님의 강의가 시작됐습니다. <'공생(共生)'의 詩學을 향하여 - 황해문학의 새로운 지평 찾기>란 주제였죠. 말씀을 참 잘하시더군요.

 

 

이가림 교수님

 

 

 

 

 

 

 

 

 

 

하지만 점심을 많이 먹은 탓에 졸음이 몰려오기도 했습니다. 한 시간 넘게 수업을 받다 보면 식곤증이 따르기 마련이지요. 그래 잠시 시선을 창밖으로 돌려 장골해수욕장 끝에 있는 거북이섬을 옮겨 봤어요.

 

 

Germany製 LAMY fountainpen + 英雄 blueblack ink

 

 

 

 

 

이가림 교수님 다음으로 윤후명 선생님 강의가 있었습니다. <인천문협 문학캠프를 위한 단편 - 구락부에서 협궤열차를>이란 주제였지요. 윤후명 선생님은 소설뿐 아니라 시인으로도 알려져 있고, 선생님의 <돈황의 사랑>을 인상 깊이 읽어 기억하는데 10년 전 모습과 많이 다르시어 처음엔 몰라 뵈었습니다.

 

문학에 대한 두 분의 명강의에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 자월도에서 언제 또 그런 기회가 있을까요? 세월은 덧없이 흘러만 가고 우리에게 주어진 날이 그리 많지 않습니다.

 

 

 

윤후명 선생님 

 

 

 

 

 

12일 밤,

오크벨리팬션 아래 장골해수욕장 백사장에서 캠프화이어를 가졌습니다. 일부 숙소에 머문 분들을 제외하곤 전부 모여 시간을 함께 했습니다. 참고로 화목은 전날 밤, 강풍에 오크벨리팬션 앞 소나무 숲의 고사목이 쓰러진 걸 인부가 전기톱으로 토막낸 것이었습니다. 덕분에 저희들이 좋았습니다. 

 

 

통나무 장작불 앞에 모인 인천문협 회원들. 하모니카 부시는 최제형 이사님 덕분에 한결 멋졌음.  

 

 

 

 

 

캠프파이어가 끝난 후 오크벨리팬션 노래방으로 올라가 한 시간 넘게 황홀한 시간을 누렸습니다. 한미령 선생님, 최명희 선생님의 노래 실력이 압도적이었습니다. 노래라는 게 창법에 충실하여 음정, 박자 틀리지 않는 것도 중요하지만 분위기 맞는 곡을 선정하여 표정과 몸짓을 곁들이는 것도 중요합니다. 제 생각이 그래요.  

 

23시!

노래방 타임이 끝났습니다. 거기서 몇이 나와 제 텐트가 있는 곳으로 향했습니다. 5분 가량 걸어야 했지요. 텐트 주변에 모닥불을 피웠습니다. 모닥불 피워놓고 이런저런 이야기꽃을 피웠습니다. 오랫동안 잊지 못할 것입니다. 

 

 

모닥불 피워놓고...

 

 

 마주앉아서...

 

 

 

 

 

삼경이 넘어 숙소에 도착하니 김윤식 회장님과 윤후명 선생님, 김묘진, 김진초 선생님이 2층 거실에 앉아 계셨습니다. 저는 3층 방실로 올라가 간단히 샤워를 하고 군용 매트리스와 침낭을 2층 거실 한쪽에 깔았지요. 침실로 지정된 3층 방실은 남자 넷이 자기엔 좁았습니다. 그래 2층 거실 널따란 공간을 빌리기로 한 거죠. 2층은 방실 세 개에 여성회원들이 주무셨고, 한쪽 방실에 윤후명 이정길 선생님, 이가림 교수님이 주무셨습니다. 

 

부드러운 매트리스 삼아 침낭 속에 들어가 누우니 잠이 몰려왔습니다. 저도 모르는 사이 깊은 잠의 나락으로 빠져들었죠. 아침까지 늘어지게 잤습니다.

 

13일,

눈을 뜬 건 여성들이 있는 방에서 흘러나온 소리 때문이었습니다. 조영숙 사무국장님이 아침 일찍 그릇을 정리하러 방에 들어가면서 출입문을 깜빡 열어놓은 모양인데요, 이 공간으로 방실의 잡음이 흘러나왔습니다.

어느 여류가

"류종호 씨가 수필 회원들 글을 썼다고? 미친..."

그러더군요.

저는 직업상 자면서도 무전기를 듣는 버릇에 익숙해져 있는 사람입니다. 잠을 자는 상황에서도 수많은 무전 교신 내용 중 절 호출하는 소리를 귀신 같이 알아듣지요. 저뿐이 아닙니다. 먹고사는 일에 익숙해지면 어쩔 수 없어요.

아무튼 여류의 말을 듣고나니 더 이상 잠이 안 오더군요. 거기에 아침부터 이중창을 불러대는 등 당최 수면을 누릴 상황이 아니었습니다.

'헛소리 마라. 수필 관련 글을 쓴 게 잘못이냐? 수필 관련 글은 당신한테 허락이라도 받아야만 쓰는 거니? 수필이 당신 전유물이야? 만날 등단 등단 염불이나 외우는 주제에...'

속으로 그러면서 해장머리에 발기한 의식을 한 손으로 쓰다듬으며 마저 잠의 입자들을 떨쳐냈습니다. 

 

 

아침 식사는 팬션 입구 <갯바위식당>에서 했습니다. 아욱국인지 맛이 독특하더군요. 전날 밤, 다들 술의 여독이 있는지라 맛있게 먹는 모습이었습니다.

 

저는 식사 후 물이 잔잔한 틈을 타서 루어낚시를 계획했습니다. 그리하여 식당을 나오자마자 몰래 차를 몰고 선착장으로 향했지요. 아직 물이 빠지지 않아 광어 한 마리쯤 낚을 것 같은 기대에 부풀었습니다. 양진채 선생님이 회를 먹게 해주는 남자가 좋다 하시어 꼭 한 마리 잡으려 각오하고 있었습니다. 결과요? 낚시줄만 두 번 끊어먹었네요. 고기가 아니라 바닥의 뭔가에 걸렸습니다.

 

저는 12시 20분 대부도행 배를 타기로 했습니다. 다른 회원들은 연안부두로 가는 쾌속정을 타기로 했구요. 그런데 자월도 출발시간이 애초 계획한 것보다 앞당겨져 전원 표를 교환하는 과정에서 무료한 시간이 흘렀습니다.

 

 

 

선착장에 대기 중인 양진채 선생님(2008년 조선일보 신춘문예 소설 당선)

 

 

 

 

 

인천문협 2009년 하계 워크숍은 끝났지만 그 여운은 오랫동안 제게 있을 것입니다. 다들 뵈어 좋았구요. 특히 조영숙 사무국장님의 수고에 대해 이 자리를 통해 감사드립니다. 작년 덕적도 워크숍 때에도 제일 고생 많았는데 올해도 궂은 일 마다않고 척척 하시는 걸 보고 깊은 감명을 받았습니다. 조영숙 사무국장님은 다른 분과 비교가 돼요. 과거 어느 사무국장은 이사회 자리에서 툭툭 '돌발상황'을 연출하여 이사님들의 지적을 받기도 했지요. 회의 내용을 체크하기도 바쁜 상황에 무시로 자기 발언을 해대는 것이었습니다. 아무튼 조영숙 사무국장님, 이번에도 정말 수고 많았어요. 개인적으로 좋아합니다.

 

 

자월도 선착장을 떠나기 전의 인천문협 회원들(단체)

 

 

 

 

 

대부도행 배엔 저와 김석렬 선생님, 김진초 정이수 최명희 선생님이 함께 승선했습니다. 차량 두 대도 실었구요. 대부도까진 차량 탑재 여객선으로 한 시간 가량 소요됐습니다. 여객선에서 반가운 분을 만나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었네요.

 

대부도에 내려 곧장 차량에 분승한 후 김석렬 선생님 화원으로 향했습니다. 논현동 입구 <자연, 人> 화원에 이르러 여정을 푼 후 칼국수를 끓여 다섯이 아주 맛있게 먹었답니다. 자월도 팬션에서 싣고 온 참외도 깎아 먹었구요.

 

 

대부도행 여객선 

 

 

 

 

 

이제 정리해야겠습니다. 금년 워크숍 또한 제겐 인상 깊은 행사였습니다. 2% 아쉬움이 있다면 당일 일이 생겨 못오신 회원들과 여객선 출발 시각 5분을 맞추지 못해 연안부두까지 오셨다가 되돌아가신 회원님에 대한 안타까움 같은 것들입니다. 하지만 내년이 또 있습니다. 올해 부족했던 점들을 보완하여 내년에 더 나은 자리로 업그레이드 시키면 어떨까요?

 

김윤식 회장님, 윤후명 선생님, 이가림 교수님을 비롯하여 인천문협 회원님들, 소속이 다름에도 허물없이 참석하시어 자리를 빛내주신 모든 님들께 감사드립니다. 잊지 않을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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