雜記/이 생각 저 생각

냉면타령

펜과잉크 2009. 7. 6. 02:46

 

 

 

 

 

어제 저녁 식사는 막내아들과 '화평동 냉면'이란 식당에서 했다. 주안1동 신성오피스텔 건물 옆 '화평동 냉면' 말이다. 그 집 사위가 우리 직원인데 몇 년 전 장모님한테 받았다면서 에스케이프 차량을 운전하는 걸 보았다. 근데 에스케이프는 외제 차량으론 저급이다. 요즘처럼 경제 안 좋은데 누가 기름 많이 먹는 차를 선호하나? 크라이슬러에서 나온 2004년식 그랜드 체로키 4,700cc 8기통이 고작 1,500만원에 거래되는 것도 다 연비 때문이다. 궁금하면 'http://www.bobaedream.com/ 사이버 매장/ 4륜 SUV매장'을 보시라. 난 크라이슬러 랭글러 2.8 루비콘이 좋던데... 작년까지 약 5년간 크라이슬러 랭글러 4.0L 지프를 탔는데 시내 연비가 4-5km/L 밖엔 되지 않는 것이었다. 그 후 현재의 렉스턴으로 바꿨는데 한 번 기름 넣으면 까마득히 잊을 정도로 연비가 좋은 것이었다. 렉스턴 연비가 좋은 게 아니라 랭글러 연비에 길들여진 인식의 틀이 쉽사이 깨지지 않는 데에 원인이 있었다. 냉면 얘기가 차로 빠졌네... 원위치!

 

냉면은 국물 맛이다. 면발을 건져 먹고 나머지 국물을 들이키면 그 맛이 뼛속까지 파고든다. 이런 냉면을 먹기 시작한 게 불과 2-3년 전이다. 냉면 맛을 알게 된 건 순전히 아버지 덕분이다. 하계휴가 때 고향 내려가면 아버지는 냉면 말씀을 하시곤 했다. 난 냉면을 먹어본 기억이 없어 '아버지만의 음식'쯤으로 믿었다. 3년 전 하계휴가 때 아버지께서 고향의 단골 냉면집을 말씀하시며 함께 가자 하시어 냉면을 먹게 되었는데 생각보다 맛있었다. 하지만 그땐 그 정도에서 멈췄다. 재작년 하계휴가를 맞아 고향에 가니 아버지께서 또 냉면 말씀을 하시는 것이다. 그래 차에 모시고 아버지 단골 냉면집으로 갔는데 그날 냉면의 참맛을 알게 되었다. 큼직한 그릇에 담겨져나오는 면발과 얼음조각들... 열무김치 결들여 먹는 맛이 참으로 일품이었다. 그래 작년 여름엔 내가 먼저 아버지께 냉면을 권해 두 번 냉면집에 들렀었다. 아버지는 식성이 좋으셔서 내가 반쯤 먹는 동안 한 그릇을 다 비우셨다.

 

막내아들과 식사하며 위 얘기를 들려주자 그렇잖아도 그저께 주안2동 '옹진냉면'집에서 냉면을 먹으면서 할아버지 생각을 했다는 것이다. 막내아들은 방학 때마다 내 고향에 내려가 지냈는데 아버지는 손자를 오토바이에 태워 집 밖에 다니는 걸 즐기셨다. 근처 식당에도 자주 가신 걸로 안다. 청양과 부여 경계인 나령리 백제가든 한우식당에서도 아버지를 기억하신다. 백제 골프장 입구 주유소 식당 말이다. 한우식당에선 신선한 고기가 들어오는 날 단골손님에게 연락하곤 했는데 그 덕분에 나도 아버지 따라 세 번을 가서 신선한 육질을 만끽했다. 아버지는 한우식당 옆 포도 노점상 노부부 따님도 대전의 치과의사랑 중매하여 결혼시켰다고 들었다. 그래 아주머니가 매번 깎듯하셨다.

 

어디든 유명한 식당이 있기 마련이다. 내 고향 은산은 백제 별신제로 유명하고 따로 전통 손국수가 외부에 알려져 주말엔 국수 사려는 손님들로 붐빌 정도다. 국수를 뽑아 말리는 집이 여러 군데다. 은산사거리에서 청양 방향으로 100미터 가량 올라가다 오른쪽을 보면 국수 말린는 집들이 다수 보인다. 거기서 다리 건너 커브를 돌아 다시 200미터쯤 청양 방향으로 가면 왼쪽에 '버들식당'이란 간판이 보이는 바 이 집이 바로 냉면집이다. 인천광역시 문인 까페에 지방 면소재지 냉면집을 홍보한들 효과가 있을까마는 여름철 그 집을 보면 손님들로 문전성시를 이룬다. 면소재지 식당 앞에 줄을 설 정도라면 그 집의 맛을 짐작할 것이다.

 

저녁을 냉면으로 채운 후 집에 와서 두유 200ml에 아몬드 푸레이크 타 먹고, 생맥주 한 캔에 오이 두개, 자두 세 개, 딸기 한 공기를 더 먹었다. 나의 장점이자 단점은 먹성이 뛰어나다는 것이다. 인천문협 모임 같은 데에서도 밥 한 공기 가지고는 위에 기별도 안 간다. 그래 매번 밥 두 공기를 비운다. 삽겹살을 먹든 해물탕을 곁들이든 상관없이 밥을 두 공기쯤 비워야 비로소 힘이 솟고 흥이 난다. 반대로 배 고프면 아무 것도 할 수 없다. 배고플 때의 스트레스보다 심한 것도 없을 것이다. 정말이지 짜증난다.

 

학산사거리에서 문학고개 방향 학익1동사무소 옆 '대청마루'라는 식당에 가면 냉면에 왕만두를 곁들여 주문할 수 있다. 냉면 한 그릇 5천원, 왕만두 한 접시(ea 6)에 6천원이다. 둘이서 16,000원이면 맛있는 냉면과 만두로 배를 채울 수 있는 것이다. 먹어야 여기 저기 다니면서 일을 할 것 아닌가.

 

전병호 선생님도 계시지만 우리 업무는 2인1조를 기본으로 한다. 자연히 식사도 둘이 해결한다. 추어탕을 먹든 게장을 먹든... 그런데 나는 제대로 먹는 걸 선호하는 반면 직원은 분식 스타일이었다. 밥을 먹어도 아주머니 혼자 주방과 홀을 겸하는 게딱지만한 식당으로 안내해 1인분 3,500원짜리 밥을 사는 것이었다. 그렇게 벌어 어디에 쓰려는 심사인지 모르지만 몇 번 경험하다가 조원을 바꿔달라 했다. 물론 다른 이유를 들었다. 내가 사는 밥은 맛있다 먹으면서 저는 겨우 3,500원짜리 공기밥이냐? 스타일이 다르다.

 

날마다 뛰는 것도 다 먹자고 하는 것이다. 사람이 제대로 먹어야 마음대로 움직일 수 있는 법이다. 휘발유 자동차에 등유 넣고 악셀레이더를 열심히 밟는다고 그 차가 나가나? 휘발유 자동차엔 휘발유를 주입해야 제기능을 발휘할 수 있다. 다음 근무 땐 새로운 파트너를 데리고 '대청마루' 가서 시원한 냉면과 왕만두로 배를 채워야겠다. 만위(滿胃)! 배가 불러야 세상이 행복하고 지나가는 사람들마저 예뻐보인다. 글이 제목에서 좀 벗어났다. 하긴 어디 낼 것도 아니니...

 

 

 

'雜記 > 이 생각 저 생각' 카테고리의 다른 글

까페 활동  (0) 2009.07.17
날궂이  (0) 2009.07.09
꿈돌이  (0) 2009.07.05
노숙자와 고양이   (0) 2009.06.29
넘치면 모자람만 못하죠  (0) 2009.06.10